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로마행 비행기에서 “이제 한국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맡기며 박근혜 대통령과 사랑하는 한국 국민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방한 기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한국 국민들과 그를 국빈 이상으로 예우했던 박 대통령의 환대에 응답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교황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했고,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이어 교황이 집전하는 공식미사에도 참석하는 등 5일 동안 세 차례나 교황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는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은 불교, 천주교, 개신교 행사에 한 차례씩 참석했다. 모두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5월 6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에 불교가 다시 한 번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했고, 6월 1일에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기도회’에 자리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연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와 지난해. 올해 3월 개신교가 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바 있다. 굳이 숫자를 세자면 취임 이후 개신교 행사에 3차례, 불교 행사에 2차례, 천주교 행사에 2차례 참여한 셈이다.

공식 프로필을 통해 무교(無敎)로 알려진 박 대통령은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 등 학창시절 내내 가톨릭계 학교를 다닌 인연이 있다. 성심여중 재학시절인 1965년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또 불자였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불교 쪽에도 가까워 법명 두 개가 있다. 지난 2000년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에게 받은 ‘대자행(大慈行)’과 2006년 대구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에게 받은 ‘선덕화(善德華)’ 등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