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4일 교육감직선제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은 교육감들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가장 큰 이유다. 교육감들이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선거에 나오지만 사실상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표방한 뒤 당선되면 선거공약 실천을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담은 정책 실현에 ‘올인’(다걸기)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에 교총이 나서 ‘정치이념의 장’으로 변질돼 버린 교육현장을 바로잡아보겠다는 것이다.

◆ 정치선거로 변질 = 이날 위헌심판 청구 접수에 앞서 안양옥 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6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교총과 17개 시·도 교총이 교육감직선제 위헌 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정치로부터 대한민국 교육 독립을 선포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지난 2006년 12월 교육감직선제 법 개정 통과 시, 교총을 포함한 교육계는 ‘진정한 교육자치가 실현됐다’며 환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정치선거’로 변질해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과 사회시민세력 주도로 교육수장이 뽑히는 뼈아픈 경험을 감수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일단 교총은 이번 위헌심판을 지난 2010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첫 직선제 교육감을 선출한 2010년부터 교육감 선거가 정치적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2010년 16개 시·도 교육감을 뽑은 선거에는 74명이 출마했고 17개 시·도 교육감을 뽑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72명이 출마하는 등 후보가 난립했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두 번의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정치선거로 변질됐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치자금 유입설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0년에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경쟁자에게 후보를 사퇴하는 조건으로 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나 2012년 9월 교육감직을 상실, 재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 재정 무시한 공약남발 = 직선제 교육감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교육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공약을 남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는 무상급식 공약이 선거판을 주도했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혁신학교 확대 등 자신의 공약사업에만 1년에 1조3500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현재 학교현장은 시험을 취소하는가 하면 여름에 에어컨을 못 틀고 보수가 시급한 낡은 건물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등 극심한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교총은 위헌심판 청구서에서 “교육감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조령모개 식으로 바뀌는 교육정책이나 교육행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정치에 예속화됐고 교육계 내외부의 혼란이 점증하게 됐다”며 “학생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교육계의 정치오염으로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선종·유현진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