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올린 소매 아래 한 줄, 두 줄∼ 손목 위 ‘패션 센스’

이미지 크게보기 소매를 걷어 올렸을 때 살짝 드러 난 팔찌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심재훈 디옴 이사가 즐겨 착용하는 액세서리를 공개했다(위).최근 바이크를 즐기는 중년이 늘어나면서, 메탈 소재의 팔찌도 인기다. 지갑과 바지를 연결하는 포켓체인도 자주 찾는 아이템.(아래)

해외 출장이 잦은 한 패션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팔찌 안 찬 남자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멋 잘 내기로 유명한 남성들답게, 팔목에 크건 작건 한두 줄의 팔찌가 감겨 있었다는 것. 그는 “마치 양말과 벨트처럼 매일 착용하는 ‘데일리 아이템’ 같았다”며 “그것도 40∼50대 남성들까지 나이를 불문했다”고 전한다. 사실, 팔찌는 남성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틈새’ 아이템. 비슷한 위치에 자리하는 시계를 떠올리면 쉽다. 여성에 비해 스타일링에 제약이 많은 남성들은 오랫동안 실용품인 시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이를 약간만 응용하면 된다. 이탈리아 남자처럼 ‘빛나는’ 손목을 연출하려면 말이다. 참고로 접어올린 셔츠 소매 아래 은근히 드러난 팔목은 여성들이 ‘반하는’ 요소 중 하나. 세련된 팔찌 한두 줄이 그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 클래식 슈트족도 바이크족도…팔찌는 이제 필수품=이탈리아 남자만 멋을 잘 낼까. 요즘은 한국 남성들도 뒤처지지 않는다. 여기엔 수년 전부터 불고 있는 클래식 스타일 열풍이 한몫했다. 본래 ‘남의 나라 옷’인 슈트를 제대로 입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부토니에(왼쪽 가슴에 꽂는 작은 장식)와 행커치프, 그리고 윙팁 슈즈(앞부리에 날개모양 장식이 있는 구두)까지 격식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진보하면 액세서리에 눈을 돌릴 수 있다. 팔찌는 대충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일에 집중하다가 소매를 걷어 올렸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티 안 내도 티 날 수밖에 없는 패션의 ‘화룡점정’. 이태원에 자리한 편집숍 ‘디옴(DIOMM)’의 심재훈 이사는 바로 이 깔끔한 스타일로 업계에 입소문이 나 있다. 그는 “평소 재킷류를 자주 입기 때문에 심플하게 1∼2개의 얇은 팔찌를 착용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디옴은 최근 이태원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디스트릭트와 비원 라운지 클럽 등을 소유한 MYK그룹에서 운영하는 숍으로, 10만∼1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종류의 남성 액세서리를 구비하고 있다.

정은주 디옴 실장은 “의류 고객층은 주로 30∼40대이지만, 금속이나 가죽 소재 팔찌를 찾는 남성들은 20∼5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특히, 최근 40∼50대 바이크족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이게 팔릴까 싶었던 수십, 수백만 원대 메탈 팔찌도 꽤 잘 나간다”고 말했다. 바이크족이 대부분 중년이고, 젊은층보다 훨씬 더 ‘센’ 디자인을 찾는다는 게 흥미롭다. ◆팔찌, 잘못 차면 ‘비호감’ 팔목 될 위험도 = 맘에 드는 걸 사서 팔에 찬다. 방법이 매우 쉽다. 하지만 너무 ‘쉽게’ 착용하면 비호감이 될 확률도 높다. 처음에는 시계와 함께 한 줄로 시작한다. 그러다 2∼3개를 겹치고 ‘고수’가 되면 5∼6개까지 ‘휘감는’ 내공을 드러낼 수 있다. 팔찌를 레이어링(겹치기)할 때는 하나는 단순하게, 하나는 조금 튀는 걸로 맞추면 세련돼 보인다. 남성용 팔찌는 대부분 검정과 갈색으로 출시되지만, 비슷한 계열로 색을 맞추는 것도 주의사항. 소재를 다르게 하면 무난함을 피할 수 있다.

필그림·스와로브스키(우측 상단)를 홍보하는 김보아 나비컴 대리는 “가죽과 실버뿐 아니라 가죽과 크리스털 조합도 잘 어울린다”며 “긴 팔찌를 여러 번 둘러서 연출하는 것도 개성 있는데 이때 금속 소재 시계와 함께 매치해도 멋스럽다”고 전했다. 다만, 유행이라고 해서 여기에 면 소재 실팔찌까지 더하면 무게감을 잃고 가벼워 보인다. 다른 소재는 2가지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김 대리는 “캐주얼하고 빈티지한 옷을 즐긴다면 스톤 팔찌도 경쾌하다. 슈트를 자주 입으면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죽 팔찌를 손목 시계와 레이어드하면 단품으로도 포인트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패션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팔목이 굵은 사람은 실팔찌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락부락한 팔목 위에 가느다란 실팔찌는 슬리퍼 속에 신은 양말이나, 옷 밖으로 내놓은 번쩍이는 금목걸이처럼 ‘저렴해’ 보인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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