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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아시아금융학회장

새 경제팀의 세제(稅制) 개편안이 6일 발표됐다. 41조 원의 재정·정책금융 패키지와 부동산 경기 정상화를 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10%포인트 완화에 이은 세 번째 정책이다. 다음 주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를 보면 새 경제팀의 경제 정책은 대부분 드러난다.

문제는 이 정도면 장기적으로 추락 일로인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단기적으로는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경기를 반등시키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려면 줄어들고 있는 기업(企業) 투자가 살아나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일자리 창출수(6월)를 반등시키고 고용률이 40%도 안 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겠는가. 재정 사정도 안 좋은데 언제까지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에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이들 재정·금융 패키지는 어디까지나 민간 투자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빈사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기업 투자 회복 여부에 새 경제팀의 성패가 달렸다.

1기 경제팀의 실패는 투자활성화 대책, 부동산 경기 정상화 대책,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등 잇달아 쏟아진 대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5%, 지난 1분기 중에도 전기 대비 -1.9%를 지속함으로써 미약하게 회복되던 경기마저 주저앉고 만 데서 결판이 난 것이다. 경제는 결과가 말해 준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구성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임금 인상 유도를 위해 직전 3년 임금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상승분에 대해 10%(대기업은 5%) 세액 공제한다는 것이고,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 촉진을 위해 고배당 배당소득에 대해 9%,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 2000만 원 이상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25%로 선택적 분리 과세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서 임금 배당 투자로 사용하지 않은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소득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과세를 한다고 한다.

지금 급선무는 90만명의 실업자, 700만 명의 일용·임시직, 650만의 영세 자영업자에게 반듯한 일자리를 제공해 소비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지 기존 상용직에 임금 더 주고 주주들에게 배당 더 주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기업 투자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러나 지금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통화 가치 절하 같은 명쾌한 정책이 나와도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중국·유럽 리스크 등 글로벌 경기는 차치하고 대내 불확실성 몇 가지만 봐도 우선 노·사(勞使) 측면에서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등 한둘이 아니다. 이것만 해도 기업 부담이 너무 과중해 국내투자는 않고 해외로만 나간다. 규제 혁파는 말뿐 이미 시행 중인 순환출자 규제, 일정 이상 내부거래 증여세, 하도급법 위반 징벌적 과세 등에다, 내년 시행 예정인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화학물질 관리법, 환경오염 피해 구제법 등 새로운 규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임금 더 안 올리고 배당 적게 한다고 페널티를 부과하면 과연 기업 투자가 살아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난해 기업 설비투자 131조 원 중 20대 그룹 투자가 126조 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까지 하면 거의 대부분 대기업 투자다. 이처럼 대기업 투자가 안 되면 투자도 일자리도 안 되는 것이 한국경제다. 그러나 41조 원 재정·정책금융 패키지와 마찬가지로 세제 개편안도 대부분 지방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대기업에는 페널티가 주류다. 페널티보다는 규제 혁파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성장동력이 확충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