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가혹행위 진정 건수가 2010년 4건에서 2014년 12건으로 최근 5년간 3배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새누리당) 의원 측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군대 인권침해 사건행위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가혹행위’로 인한 진정 건수(각하 및 기각 제외)가 2010년 4건에서 2011년 7건, 2014년 6월 말 현재 12건으로, 최근 5년간 3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생명권 침해’로 인한 진정 건수가 지난해 1건에서 올해 2건으로 2배 늘었고, ‘건강·의료권 침해와 피해자보호조치 미흡’으로 인한 진정 건수는 지난해 1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7건으로 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포함한 사망 사고 관련 진정사건 중 권고조치가 이뤄진 건수를 보면, 2010년 1건, 2011년 4건, 2012년 4건, 2013년 1건, 2014년 6개월 동안 2건으로, 지난해에 건수가 줄어들었다가, 올해 대폭 증가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부대 진정사건 접수건수는 모두 1272건이었지만 ‘권고·고발·법률구조·합의종결’ 등의 진정 처리건수는 57건(4.4%)에 불과해,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행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방부와 육군이 이날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본격적인 병영문화 개혁작업에 나섰다.

사건 은폐·축소의혹 논란마저 확산되는 데 대해 여론 잠재우기 식으로 개혁 논의가 이뤄질 경우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커녕 재탕·삼탕의 땜질 처방에 그치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인 4월 11일 이례적으로 특별 군기강 확립 수뇌부 대책회의를 열고, 이날부터 28일까지 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부대 정밀진단 및 전군 실태 조사를 실시해 구타·가혹 행위 3919건을 적발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병사 개개인이 직접 당했거나, 주위에서 들었다고 공개한 욕설·구타·가혹행위 등을 집계한 수치다. 그러나 국방부와 육군은 이날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육군에서 가혹행위를 전수조사했지만 유사 사례 3919건이라고 말할 뿐 구체적 내용과 징계 처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개를 촉구했다. 심 의원은 “병영 관리가 실제로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외부 민간 전문가를 투입하는 운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군생활 부적응 병사에 한해 부대 재배치 청구권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군 당국은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며, 같은 사단에서 수평이동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열린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 첫 회의와 관련, 국방부는 육·해·공 전군 차원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병영문화에 내재돼 있는 각종 악습과 적폐를 일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복무제도 ▲병영문화 및 환경 ▲장병교육 및 윤리 등의 3개 분과위로 구성된다. 분과위별로 10명 내외의 민간 전문가와 정부기관 관계자가 전문위원으로 편성됐으며, 군에선 5명 내외의 인원이 실무위원으로 참여한다.

정충신·현일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