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 일병을 잔혹한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한 병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모아진다. 의무반 최고참으로 폭행을 주도한 이모(25) 병장을 포함해 하모(22) 병장, 지모(21) 상병, 이모(21) 일병, 간부인 의무지원관 유모(23) 하사 등은 모두 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한 평범한 20대들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부대가 의무대였던 만큼 운전병인 이모 병장을 제외하면 간호학과, 방사선과 등 보건·의료 관련 학과에 다니던 대학생들이었다.

특히 주도자 이 병장은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데다 이미 이등병 시절 선임병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다 부대를 전출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병장은 이등병 시절 전 부대에서 폭력적인 부대 분위기를 소원수리에 적어낸 사실이 드러나 타부대 전출을 희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경남의 한 고교 운동부 출신으로 대학 문화콘텐츠학과에서 3학기를 마쳤다. 장남인 이 병장은 휴학한 뒤 이모부가 운영하는 세탁기 부품회사에서 영업직 운전기사로 일했고, 입대 전에 4000만 원을 모을 정도로 생활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병장은 평소에 부대원들에게 “아버지도 건달이었고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폭 생활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단순히 부대원들에게 겁을 주려고 지어낸 말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는 사귄 지 2년이 넘는 한 살 연상의 여자친구도 있었다.

의무분대장인 하 병장은 이 병장의 한 달 후임이다. 세 살 많은 이 병장에게 ‘형’이라고 불렀다. 간호학과에 다니다 입대한 하 병장은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 상병은 기계 기능사가 되기를 희망했던 학생이었다. 몸무게가 90㎏이 넘는 지 상병은 “군에서 살을 빼고 몸을 만들어 제대 뒤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윤 일병의 석 달 선임인 이 일병은 방사선과를, 의무지원관인 유 하사는 물리치료과에 다니다 입대했다. 의무반의 유일한 간부인 그는 가혹행위 주동자인 이 병장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형님’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 검찰은 윤 일병이 한 달 이상 폭행 및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데도 이를 막지 못한 지휘관들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지휘관들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군 당국은 윤 일병 부대 지휘관인 중대장부터 사단장까지 보직해임하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부대 간부 16명에 대해 정직 3개월(대대장)부터 견책(연대장 등)까지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징계 처분 간부 16명 중 8명이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