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8월 1일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금융시장에 대대적인 ‘주택담보대출 이동’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LTV 및 DTI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현재 100조 원에 육박하는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상당수가 은행권 쪽으로 빠르게 이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수도권만 해도 은행권(보험사 포함)은 50∼70%, 제2금융권은 60∼85%의 LTV를 차등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제2금융권이 은행권의 상한을 초과한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손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주택대출 시장점유율은 2007년 75%에서 지난 5월 66.5%까지 줄어든 반면, 비은행권의 비중은 그만큼 올라간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1일부터 LTV 기준이 70%로 동일해지는 등 은행권 규제가 완화되면서 제2금융권은 더 이상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 70% 이상 초과 고객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해온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경우, 은행권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규모는 94조 원에 달한다. 제2금융권에서 시중은행으로 갈아타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만 해도 올 연말까지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이번 규제 완화로 1조 원대의 추가 신규 대출까지 쏟아지면 올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세대 간의 주택담보대출 이동도 심화되면서 시장 일각에선 50세 이상 은퇴세대의 부채문제 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신한·농협·하나 등 4개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50대 이상의 대출 비중은 2011년 말 39.6%에서 지난 6월 말 42.7%로 상승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자영업 진출이 증가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8월 1일부터 LTV 및 DTI 규제를 완화하면 이들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고연령층의 자영업자일수록 대출 부실 위험이 큰 만큼 이들 세대의 부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0대 이상 연령층 가계 부채의 질이 나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