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를 도운 운전기사 양회정(56) 씨의 경기 안성 금수원 내 은신 장소 관련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양 씨가 금수원 내에 숨어있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 양 씨의 정확한 행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3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양 씨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차장검사) 조사에서 금수원 내 은신장소를 금수원 본관 건물 2층 회의실이라고 진술했다. 양 씨는 자수 하루 전인 지난 28일 한 시사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6월 12일 검찰이 금수원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을 때 자재창고 쪽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거기 있었다”고 말했다. 금수원 내에서 양 씨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 사무실 안에 있는 자재창고에 숨어있었다는 것이다.

양 씨가 불과 며칠 만에 금수원 내 은신 장소를 언론 인터뷰와 검찰 조사에서 제각각으로 말한 것이다.

검찰은 양 씨가 금수원 내 은신장소에 대해 말을 번복한 데다 여러 정황상 양 씨의 행적 관련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 씨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지난 5월 3일 유 전 회장과 함께 순천 별장에 내려간 이후 근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야망연수원에서 생활하며 도피를 도왔다고 진술했다. 또 5월 25일 새벽 야망연수원을 수색하러 온 수사관을 보고 도주한 뒤 전주의 한 장례식장을 거쳐 금수원으로 잠입했고, 이후 2개월 동안 금수원에서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양 씨는 금수원 내에서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은신 생활을 이어갔으며 자신의 은신 사실을 아는 신도는 극히 일부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된 다른 도피 조력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2개월간 금수원에 머물렀다는 양 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양 씨가 전주의 장례식으로 이동한 후 어디로 도피했는지 행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양 씨가 유 전 회장의 재산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여러 건을 자신의 이름으로 대신 관리해준 정황을 파악하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천 =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