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지목돼 왔지만 예선에서 기대 이하의 부진 끝에 조 3위로 처지면서 미국과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파이널에 진출했다. 한때 세계 최강으로 자부하던 한국여자골프가 이번 대회를 통해 추락한 위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오윙스 밀스의 케이브스 밸리골프장(파71)에서 열린 싱글 매치플레이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했다. 승점 4점을 보탠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총 10점을 획득, 3위에 올랐다.

이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4전 전승으로 8점을 쓸어 담은 스페인이 15점을 획득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스웨덴이 11점으로 2위에 올랐고, 전날까지 선두였던 일본이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1승(2점)을 거두는 데 그쳐 한국과 같은 10점을 기록했지만 다승에서 밀렸다. 태국은 싱글 매치플레이에 오른 5팀 중 가장 낮은 9점을 남겼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고전했다.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 나름 이름값을 했지만 최나연(27·SK텔레콤)과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한때 한국의 ‘에이스’였던 최나연은 2년 동안 우승이 없고, 슬럼프 탈출을 위해 올해 초부터 스윙 교정을 해왔다. 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자 점차 압박감으로 작용,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김인경 역시 2년 전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충격의 역전패 이후 후유증이 아직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내친김에 예선에서 부진을 만회하고 역전 우승까지 노렸지만 박인비와 유소연이 승리를 거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최나연이 카를로타 시간다(24·스페인)에게 12번홀에서 8홀 차로 완패해 일찌감치 맥이 빠졌다. 박인비가 캐럴라인 헤드월(25·스웨덴)을 4홀 차로 제압, 선두 추격의 불씨를 살렸지만 김인경이 폰아농 펫람(25·태국)에게 한 홀 차로 지면서 한국의 우승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나마 유소연이 요코미네 사쿠라(29·일본)에게 극적인 1홀 차 승리를 거둬 최하위 추락은 모면했다.

이번 대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첫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이라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LPGA투어 측은 최강 미국의 예선 탈락과 약체로 지목됐던 스페인과 스웨덴의 강세로 나타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선수 선발 기준을 너무 앞당겨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상당수 배제된 탓도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역시 최근 LPGA투어에서의 성적 부진이 그대로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선수들은 올시즌 LPGA투어에서 단 1승에 그쳤고 출전 선수 확정 단계에서 톱 시드 국가에서 2번 시드국가로 내려앉았다.

현재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 중 24세인 유소연이 막내 수준일 만큼, 최근 3∼4년 동안 한국의 유망주들이 미국을 외면하는 대신 일본이나 한국투어를 선호해왔다. 한국투어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투어로 성장해 굳이 미국행을 택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