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羅 왔습니다 7·30 재·보선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동작을 후보가 2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달마사에서 불교 신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묻지 마 야권 연대 꼼수를 심판해야 한다” “공주(나경원 후보)가 서민 어려움을 알기나 하겠나.”

27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앞. 그간 당 지도부의 지원 유세를 마다했던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요청에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도 대거 참석한 집중 유세가 열렸다. 동작을은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사퇴로 촉발된 야권단일화 흐름으로 판세가 요동치는 곳이다. 나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 간 경합 양상을 보이며 유권자 사이에서 ‘비토 투표’가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론’과 ‘묻지 마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 여론에 각 후보에 대한 비난까지 얽혀있는 형국이다.

나 후보의 연설을 듣던 인근 음식점의 한모(여·58) 씨는 “김무성이도 온 거 보니 여당에서도 많이 밀어주나 보네. 나경원이 실력도 있고 박근혜랑 같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라고 말했다. 반면 함께 대화를 나누던 김모(여·51) 씨는 “서로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데 이놈 저놈 다 똑같은 놈이여. 난 이번엔 투표 안 하려고”라고 맞받았다. ‘연예인급’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나 후보의 발언이 이어지자 지나던 대학생들도 멈춰서서 나 후보의 얼굴을 실제로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 “야 진짜 예쁘긴 예쁘다”고 감탄하던 대학생 김희석(21) 씨는 “그래도 노회찬 찍을 것”이라고 밝히고 돌아섰다.

나 후보와 노 후보의 선거 사무소가 100m 간격을 두고 자리잡은 유세장 주변에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이름의 트럭이 계속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마지막 동영상, 가족들이 눈물지으며 발언하는 동영상을 틀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저건 정말 잘못됐지”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 후보의 지지자들이 “남의 유세장 앞에서 예의도 없다”고 항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후보측 관계자는 “주말부터 세월호 관련 동영상을 트는 트럭과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대거 늘었다”고 주장했다.

세대간 뚜렷한 투표 성향의 차이도 보였다. 흑석동에 거주하는 이민정(여·35) 씨는 “나경원은 공주 아니냐”며 “에어컨 없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나경원이 이런 생활을 이해할까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씨는 “어제도 인근에 사시는 아버지가 우리 부부를 불러 ‘나 후보를 찍으라’고 했다”며 “아버지는 ‘노회찬이는 말도 안 되는 야합을 했는데, 이런 부분들은 젊은 사람들도 비판해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덧붙였다. 나 후보 유세장에서 만난 김종철 노동당 후보의 부인은 “주민들이 김 후보도 단일화한 줄 안다”며 존재감 부각에 안간힘을 썼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