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 부진과 저물가 현상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세 체제로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을 제외하고 잠재성장률에도 못미치는 4% 미만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저물가에 따른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라는 거시경제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이 같은 경제활력 약화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8년 2.8%에서 2009년 0.7%로 급락한 뒤 2010년 기저효과 등으로 6.5% 증가하면서 반등했으나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3.0% 등을 기록하며 2010년을 제외하고 4%대 이하 성장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당초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4.0%였으나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이후 위축된 소비 심리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3.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 시계열로 보면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보다 뚜렷하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1970년대 평균 10.3%로 10%대 성장을 구가했으나 1980년대 8.6%, 1990년대 6.7%, 2000년대 4.4%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2008년 위기 이후로는 잠재성장률이 3%대 중후반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대 초반, 2030년 이후에는 0.6%로 1%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는 장기화된 내수 부진에 따른 저물가 현상을 꼽을 수 있다. 2012년 11월 이후 지난 6월까지 20개월 연속 이어진 1%대의 낮은 물가 상승률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하락과 고용·임금·가처분소득 둔화 등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 체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비스업 등에 대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