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후 검찰과 경찰이 뒷북 브리핑과 추가 압수수색, 현장 책임자 문책 등 호들갑을 떨면서 수뇌부로 향하는 비난을 차단하기 급급한 모습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유 전 회장 시신 발견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 전만 해도 검찰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경찰이 나서서 해결한 것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브리핑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처리 부실이 드러났고, 결국 우 서장은 브리핑 4시간 만에 윤재상 순천경찰서 형사과장과 함께 직위해제됐다.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24일 “윗선에서도 브리핑 전에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텐데, 경질 대상인 사람에게 브리핑까지 시킨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초동 수사에 대한 거센 비판은 그치지 않았고, 경찰은 이를 의식한듯 감찰에 착수한 지 하루만인 23일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까지 직위해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찰을 시작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했다”며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안경과 현금, 소지품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시신 발견 40여 일만인 지난 23일 뒤늦게 장소 인근을 재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6월 12일 유 전 회장 시신 옆에 놓인 천 가방에 걸려 있던 지팡이와 가방에 들어 있던 매실 5알, 산열매 정금도 수거하지 않고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역시 송치재휴게소 인근 ‘비밀별장’ 수색 당시 유 전 회장이 ‘비밀공간’에 숨어있었던 사실을 한 달여 만에 공개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김회종 2차장검사는 23일 브리핑을 자처했다.

애초 이날 브리핑은 “검찰이 수사팀 구성 이후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해명 성격이 강했다.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간의 수사 과정을 낱낱이 밝힐 필요가 없었는데도 검경의 수사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수뇌부 책임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해명 과정에서 별장의 ‘비밀공간’ 존재가 드러났고, 유 전 회장을 눈앞에서 놓친 것을 자백한 꼴이 되면서 수뇌부 책임론은 오히려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