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40여 일 전에 발견하고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무 수사진에 대해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23일 검경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직위해제하는 동시에 순천서에 대한 대대적인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 감찰과는 이날 이례적으로 6∼7명의 1개 계 인력을 순천서로 내려보냈다. 서장과 형사과장은 물론, 지난 6월 12일 시신 발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당직 형사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경찰에 대해 감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순천서 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전남지방경찰청에 대해 감찰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신 발견시 현장 조치, 보고 과정 등 모든 점에 대해 감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김훈 대검찰청 감찰1과장을 팀장으로 총 3명을 23일 오전 순천지역으로 급파했다. 대검 감찰팀은 우선 변사체가 발견된 현장을 검증한 뒤, 검시를 담당한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검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통해 업무상 과오나 직무태만이 있었는지를 밝힐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감찰팀을 구성했다. 변사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시신 발견 당시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류품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장검사의 결재를 받아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해 경찰에 부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 처리에 대해 평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감찰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초동 수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은 초상집 분위기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청와대에 호출을 당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이 청장으로부터 수사 경위를 보고받은 뒤,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경찰 내외부에서는 지휘부 문책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40일이 넘도록 시신이 누구 것인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하는 대한민국 경찰의 잘못,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찰 지휘부 문책론을 제기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이 순천서장 직위해제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에 따라 정순도 전남경찰청장 및 경찰 총 책임자인 이성한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지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손기은·김병채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