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발주처의 제재가 중첩되면서 가뜩이나 경영악화에 시달려온 건설사들이 빈사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건설사에 부과된 과징금만 3000억 원을 넘어선 데다 하반기에도 호남고속철도 담합과 관련, 22개사에 총 3000억 원가량의 과징금과 검찰고발 등의 조치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정당(不正當)업자 지정에 따른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도 건설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건설관련 법 전문가들은 “입찰담합에 대한 과잉 중복 제재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후 ‘입찰자격 제한 해제(사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설 입찰 담합 관련 제재 조치와 손해배상 소송 등이 공정위와 검찰, 발주처, 조달청 등 4개로 중첩돼 있다”며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징금 부과에 이은 부정당업자 지정, 손해배상청구는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시적으로 ‘입찰자격제한 해제(사면)’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 1월과 2006년 8월 입찰참가 자격 제한 해제라는 사면 조치를 단행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가입찰제·적격심사제 등 입찰제도, 수요자의 적기시공 및 공기단축 요구 등이 건설사들의 담합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며 “(어려운 건설 여건을 감안해) 건설입찰 담합 문제에 대한 특례규정(공동행위의 한시적 예외 인가 등) 도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