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정부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 한·미·일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아베 총리에게 ‘방북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악화된 한·일관계의 책임이 일본 측에 있으며 일본의 행동이 한·미·일 3각연대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불편한 경고인 셈이다. 미국은 아베 총리의 ‘오버액션’이 계속될 경우 미·일관계 마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16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한 케리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 내용을 보면 아베 정권이 잇따른 우경화 행보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한편 북한과 ‘깜짝’ 합의를 하고 제재를 해제하는 등 단독 행동을 하는 데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에 대해서는 미국이 국방비 감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상의 필요성 때문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아베 정부가 불필요하게 지나친 행동으로 한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상의 없이 아베 총리가 국내정치적 목적에 의해 독자적으로 북·일 납북자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아베 총리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지나친 독자 행보는 한·미·일 3국의 대북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방북에 ‘신중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방북하는 경우 (직전에) 간다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우리와 충분히 의논하면 좋겠다”면서 자제하라는 뜻을 표명하고 대북 추가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은 더욱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자신의 그릇된 소신과 국내정치적인 동기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우경화 및 독자 행보를 해 온 아베 총리가 실제 방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도 한 아베 총리인데 납북자 문제는 일본에서 중요한 외교 현안이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처럼 정치적 이득이 있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