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당 기류가 14일 일부 의원들의 ‘부적격’에서 다수 의원들의 ‘불가론’ 쪽으로 확 바뀌는 형국이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 여하에 따라 정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을 계속 폭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후보자의 과거 행태와 관련, “폭로할 것이 몇 개 더 있다”고 추가 폭로 의사를 밝히는 등 공세를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야당의 총공세에 이어 새누리당까지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이제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의 최종 판단만이 남은 양상이다.

이준석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정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일부 후보자 같은 경우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정직하지 못했다, 이런 비판이 있는 것 같다”며 “이에 새누리당은 지금 ‘정치공세다’ 이런 말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속도감 있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지난 10일 정 후보자 청문회가 부동산 투기 추가 의혹에 대한 ‘위증 논란’으로 파행될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일각의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야당의 정치공세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청문회 당일 정 후보자의 ‘폭탄주 회식’ 논란에다 자녀의 불법비자 유학, 공짜 사무실 소유주와 친분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새누리당 내부의 분위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국민여론이 가히 특히 김명수 후보자,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청와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 등에 대한 청와대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청와대와 다른 친박계 핵심 관계자도 “국회 청문회 정회 당시 폭탄주를 마신 건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라고 가세했다.

새정치연합도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쏟아내며 연일 공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문위원들이 (비리, 의혹 등을) 몇 개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임명을 강행하면, 강행하는 만큼의 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두고 청와대를 향한 경고성 발언이다.

실제로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미국 유학을 떠난 당시 현행법상 불법이었으며, 정 후보자가 이를 피하기 위해 자녀들의 학교 자퇴 사유를 ‘가족들의 이민’이라 했다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현일훈·윤정아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