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앞다퉈 출시되는 생수 제품마다 가격 차이가 커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다양한 생수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먹는 샘물(생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업체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수 시장은 올해 60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생수 역시 올해 1∼3월 수입량만 2만1175t으로, 전년 대비 72.6% 늘어난 상태다. 여름이 길어지고 야외활동 인구가 늘면서 소비량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좋은 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 설정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 생수 코너엔 수십 종의 다양한 국내외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국내 고객들은 물론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도 제품을 살펴보고는 1.5∼2ℓ들이 대용량이나 500㎖ 소용량 제품을 구매했다. 진열된 여러 종류의 생수들은 겉포장은 비슷해 보였지만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2ℓ 기준으로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인 초이스엘 샘물은 550원, 초이스엘 지리산수는 6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하지만 칠성 아이시스8.0(770원), 네슬레 퓨어라이프(790원), 농심 백산수(830원) 등은 상대적으로 비쌌다.

국산 생수 중에선 제주 삼다수가 910원으로 가격이 가장 비쌌다. 롯데칠성음료가 프랑스에서 수입·판매 중인 에비앙은 이들 제품보다 용량이 적은 1.5ℓ 제품이 2250원으로, 국산 제품 대비 가격이 2∼4배 이상에 달했다. 이마트몰에서도 2ℓ 기준 제주 삼다수는 910원으로 다소 비쌌고, 롯데 아이시스8.0(830원), PB상품인 이마트 봉평샘물(580원), 제주 미네랄 용암수(550원)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허승미(여·29) 씨는 “생수 종류가 너무 많아 에비앙이나 삼다수 등 인지도 높은 제품을 구입하곤 했는데 제품별로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다”며 “수원지에 따라 생수의 맛과 영양성분 차이가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은데 가격 차이는 큰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원수(33) 씨도 “생수는 한번 시설을 설치하면 추가 비용이 따로 크게 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마진을 지나치게 많이 붙여 파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생수 생산 및 유통원가를 꼼꼼히 살펴보면 생수 가격이 비쌀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생수 사업자들은 수원지에 관정을 뚫는 초기 설비투자를 한 뒤에는 추가 발생하는 생산비용이 매우 적다.

모든 생수 사업자에게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은 각 시·도에 납부하는 수질개선부담금으로, 국산과 수입생수 모두 t당 220원으로, 2ℓ에 4.4원에 불과하다. 수질개선부담금을 낸 사실을 증명하는 도장이 인쇄된 뚜껑값이 2원, 2ℓ들이 생수병 값은 보통 70∼80원 사이이므로 제조원가는 100원에도 미치지 않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수값 대부분이 유통비용과 업체의 마진인 셈”이라며 “대형마트의 PB 상품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기준 환경부의 먹는 샘물 제조업체 허가현황을 보면 같은 수원지에서 생산된 생수라도 값이 제각각이었다.

실제 경기 양주시 남면에서 같이 생산된 롯데 아이시스블루는 롯데마트 기준 770원이지만 PB제품인 깊은산 맑은물은 550원에 불과했다. 충북 괴산군 문광읍 모래재로에서 생산한 네슬레 퓨어라이프 가격도 롯데마트 기준은 790원이었지만 코스트코의 PB상품인 커클랜드시그니춰는 350원이었다.

이처럼 수원지가 같아도 가격이 제각각이고, 같은 브랜드라도 수원지가 다른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A 대형마트의 한 생수 바이어는 이에 대해 “생수회사마다 생수생산에 따른 생산 기초원가, 직접재료비, 가공원가, 품질유지 관리비용 등이 달라 수원지가 같아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PB제품의 경우 TV 광고 등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발주단위 및 월간 물량확정을 통한 정밀운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되짚어보면 가격인하 요인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수입 생수 역시 중국, 프랑스 등에서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가격거품이 심하다. 관세청 조사결과 500㎖ 기준으로 1병당 133원에서 2002원 사이에 수입된 후 국내에서는 평균 수입가격의 4.2배에 팔리고 있다. 수입가격이 670원인 B고가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3700원으로, 수입가격의 5.34배 수준에 달했다. 저가인 C제품의 경우 수입가격이 590원이지만 판매가격은 2900원으로 4.94배나 부풀려졌다. ‘비싼 물이 곧 좋은 물’이란 잘못된 인식을 교묘히 이용하는 상술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는 같은 수원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일 가격을 받는 ‘1수원지1브랜드’ 정책을 펴 가격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혜영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본부장은 “생수 가격이 기본적으로 너무 비싸고 업체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뜨는 산업’으로 인식한 업체들의 경쟁에 따른 고가정책, 해외생수에 대한 근거 없는 프리미엄 제품 인식, 1수원지 다(多)브랜드 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PB상품에서 알 수 있듯 가격인하 요인이 충분한 만큼 1수원지 1브랜드 정책을 펴는 한편, 소비자들이 미네랄 등 정확한 수질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수 라벨의 수원지 표기를 확대하는 등 정보를 세부적으로 표기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환경부 홈페이지에 생수의 수원지, 가격정보 등을 공개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계획”이라며 “제품 가격은 생수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우선은 소비자들이 제품 라벨에 표기된 정보와 가격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준영·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