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감사원 감사 결과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따른 선박 부실관리와 일선 공무원 간의 유착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해운 관련 정부 당국은 현장검증 없이 허위보고서를 믿거나 향응을 받고 선박의 증측이나 운항을 인허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도입에서부터 증축, 안전점검, 운항관리 등 여객선의 관리가 부실해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가 과적·고박불량 상태에서 출항하게 됐다”며 사고 원인을 지적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실태 중간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항만청은 청해진해운이 제출한 변조된 선박도입 계약서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인가해 인천∼제주 간 항로에 투입할 수 있게 했다. 해운법 시행령(8조)에 따르면 항로에 새로운 선박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평균 운송수입률이 25%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운항될 때의 운송수입률은 24.3%로 관련 기준에 미달했지만, 청해진해운은 여객정원과 재화중량t수를 속이는 방법으로 이를 26.9%로 높였고 인천항만청은 이를 승인해 사고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박 안전의 기초가 되는 복원성 검사와 화물의 고박 여부에 있어서도 한국선급은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청해진해운이 제출한 보고서에 의존했다. 한국선급은 지난 2013년 1월 세월호 복원성 계산의 기초가 되는 경하중량 및 무게중심 산출을 위한 경사시험에서 설계업체가 세월호 경하중량을 100t 정도 과소 산정했지만,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선급은 세월호가 잠기는 깊이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해 63t을 과소 산정했고 증축에 따른 5층 전시실 내 구조물(대리석) 무게 37t을 누락한 채 승인했다. 한국선급이 경사시험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세월호는 복원성 기준에서 풍압 경사각은 1.1도 초과됐고 선회 경사각은 0.5도 초과됐지만, 운항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고박 검사의 경우 기준대로라면 차량 바퀴 4개가 모두 고정돼야 했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세월호는 애초에 승용차 66대 중 58대나 고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운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항승인을 내주는 또 다른 기관인 인천해양경찰서에선 청해진해운 관계자들과의 유착관계가 적발됐다. 여객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해경의 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회의를 4일 앞둔 2013년 2월 15일 인천해경 관계자 3명은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를 무상 탑승해 제주로 출장을 갔으며, 출장지에서 청해진해운 직원으로부터 교통편의와 식대, 관광 등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4일 후에 개최된 심사위원회에서 청해진해운은 선박복원성 계산서 등 선박 안전에 핵심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인천 해경은 이를 접수했다.

선박의 과적과 고박 상태를 점검하는 해운조합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세월호와 오하마나호가 56회에 걸쳐 차량적재한도를 초과했지만 이를 적발하지 못했고 형식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