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에 앞서 한의학 전문가들은 장마기간에 급증하는 각종 감염성 질병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흔히 장마철에는 관절염 환자들만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뇨병이나 소화장애 환자들도 장마철에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당뇨병 환자들이 장마철에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는 더위 탓에 생활리듬을 평상시처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생활리듬이 흐트러지면 혈당관리가 어려워지고 이는 당뇨병 환자들이 병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정서적 안정과 절제된 식사,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생활습관의 변화를 가져오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당뇨병을 ‘소갈(消渴)’이란 병으로 이해한다. 소갈이란 ‘소곡선기 갈이다음(消穀善飢 渴而多飮)’ 즉, ‘음식을 잘 소화시켜 쉽게 배고프고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신다’는 뜻이다. 발생 원인은 선천적 소인(素因), 기름진 음식이나 과음, 분노(忿怒)를 포함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체내에 ‘조(燥)·열(熱)·화(火)’가 생기고, 이로 인해 체내의 진액(津液)이 소모돼 심폐(心肺), 비위(脾胃), 신(腎) 등 장부(臟腑)에 손상을 주기 때문으로 본다. 따라서 청화생진(淸火生津·체내 화를 없애주어 진액이 생기게 함)하는 약물을 기본으로 처방을 투여한다.

당뇨병 환자는 생수통을 휴대해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보다 소변량이 줄고 입과 혓바닥이 말라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철에 입맛을 잃어 정상적인 식사 이외 별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다 보면 고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입맛이 없으면 현미, 보리, 조, 수수, 율무, 콩 등 잡곡밥을 번갈아 가며 섭취해 입맛을 돋우고 삼계탕, 육개장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한다.

이병철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6내과 교수는 “식후에 족삼리혈과 중완혈을 지압하면 혈당은 물론 소화기능도 좋아진다”며 “한방차는 맥문동·인삼·오미자를 2:1:1의 비율로 혼합해 만든 분말을 수시로 복용하면 기력 증진과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는 각종 세균이 증식해 감염성 소화기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김진성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장마철과 같이 고온다습해지는 기후에서는 신체의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타 외부의 습기가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며 “습기질환은 주로 몸이 무겁고 팔다리에 힘이 없으며 묽은 변을 보는데, 주로 뚱뚱하고 피부가 희며 살이 물렁물렁한 유형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장마철 소화기질환의 한방치료는 습기를 없애고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장마철 위장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위생이 기본이지만, 비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습한 체질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몸 구석구석에 기운이 잘 순환되며 습기운이 쌓이는 것을 줄여 준다. 또 인삼을 달여 차로 마시면 피로를 덜어 주고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삽주뿌리(창출)와 율무는 가루로 물에 타 먹거나 달여서 복용하면 체내의 습기를 제거하고 소화기능을 촉진시켜 장의 긴장을 풀어 준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