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해양권익 수호’, ‘해상방어 철옹성 구축’ 등을 강력히 주문한 직후 중국 해군이 전 세계 주요 항로 지도를 자체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해군이나 민영 함선들이 외국의 도움 없이 자체 제작한 항로 지도로 세계 어디든 움직일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30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쥔바오(解放軍報)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29일 해군 항로 지도 제작 범위가 이미 전 세계 주요 항로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팡쥔바오는 “이로써 중국 해군과 민간 함정들이 외국의 도움을 받으며 항해를 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제팡쥔바오는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해외 이동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해양 이익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데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호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해군의 발표는 시 주석이 해양 권익 수호를 강조한 뒤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이 강조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 능력을 갖춘 군대임을 스스로 강조한 것이다.

앞서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北京) 징시호텔(京西賓館)에서 개막한 제5차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에 참석, 개막연설을 통해 “국가주권 및 안보를 제1위에 놓고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관철하고 변경지역 관리통제와 해양주권 수호를 주도면밀하게 조직해야 한다”며 “영토주권, 해양권익 수호를 견지하며 변경·해안방어에서 철옹성(銅墻鐵壁)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2010년에 이어 4년 만에 열린 것이다. 시 주석의 강력한 해양 이익 수호 주문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분쟁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중화권 매체들의 분석이다.

시 주석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개항 원칙 발표 6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해 주권평등, 공동안보, 반(反)테러, 공동발전, 공평정의, 국제관계의 민주화·법치화 등도 주장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갈등을 의식한 듯 “중국은 근본적으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