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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경자(90) 화백의 큰딸 이혜선(69) 씨 측이 갤러리현대가 1995년 제작한 천 화백의 아트상품에 대해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씨가 지난 3월 대한민국예술원에 어머니 천 화백의 회원 탈퇴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난 10여 년간 외부에 나타나지 않은 천 화백의 생존 여부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 6월 11일자 36면 참조) 이런 가운데 이 씨 측이 이번에 갤러리현대가 19년 전 제작 판매해온 아트상품의 계약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천 화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26일 미술관계자들에 따르면, 갤러리현대 측이 “1995년 천 화백과 직접 계약을 맺어 당시 작품 5종별로 각기 1200장씩 총 6000장의 아트포스터를 만들었다”며 당시 약정서를 제시했으나, 이 씨 측은 “사인만 있을 뿐 계약일자와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약정서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약정서와 포스터 판매가 유효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서울시를 통해 갤러리 측에 아트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다른 작품 이미지를 외부에 제공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반면 갤러리 측은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아트상품을 영리보다 문화사업 차원에서 기획 제작하면서 같은 시기에 계약한 다른 화가들(유영국 박수근 장욱진) 역시 약정서에 날짜를 명기하지 않았다”며 “프린트작품의 수요가 없던 시절이라 당시 제작한 천 화백 작품 5종 6000장 중 대부분이 재고로 창고에 쌓여 있다가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에 2종이 나왔을 뿐 새로 제작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씨 측은 지난 5월 중순 천 화백의 작품 ‘길례언니(그림)’와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이어 부산시립미술관의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에서 전시되고 아트포스터가 현장에서 판매되자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갤러리현대 측은 “이 씨가 저작권을 주장할 입장이 아니며, 천 화백의 친필사인이 들어 있는 약정서가 무효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 화백은 지난 1998년 서울시에 자신의 작품 93점과 전 작품의 저작권을 기증해, 현재 천 화백 작품의 저작권은 서울시에 있다.

서울시 측은 “천 화백이 시에 작품과 저작권을 기증하기 이전에 벌어진 상황이라 시에서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양자간의 원만한 해결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한편 이 씨는 이전에도 어머니 천 화백의 작품을 둘러싸고 몇 차례 문제 제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초 서울시에 관리 소홀로 천 화백의 작품이 훼손됐다며 기증 작품과 저작권의 반환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천 화백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은 천 화백 가족과의 갈등 끝에 지난 2012년 기증받았던 작품 60여 점을 반납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