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10회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최종 결선대회에 참가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이 사업계획서를 발표한 뒤 심사위원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 제공

공공구매와 판로개척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자본과 홍보·마케팅 부족이나 협소한 국내 시장 등의 원인으로 성공적으로 자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면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사회적경제를 지원할 수 있다.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인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는 “인건비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우선구매나 판로지원이 대다수 사회적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공공구매·판로개척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구매와 판로개척 현황=공공구매와 판로개척 지원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태동한 이후 가장 일반적으로 추진돼 온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 수단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공공기관의 장이 사회적기업 제품, 서비스를 우선구매하는 계획을 세운다. 공공기관이 그 실적을 매년 2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통보하면 진흥원은 이를 매년 4월 공고한다.

지난해 국가기관,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2632억 원 규모의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했다. 2012년 대비 37.3%가 증가한 수치다. 고용부 이외에도 다른 정부부처,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역시 공공구매와 판로개척 지원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와 문제점=하지만 법과 규정이 분산돼 있는 데다 우선구매를 명시한 상위법이 없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공공구매와 판로개척 지원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전체 공공구매 규모는 지난해 113조 원에 이르는데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우선구매는 2632억 원으로 전체의 0.2%에 불과했다.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공공구매와 판로개척 지원 정책의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필요성과 올바른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엄재영 사회적협동조합 ‘일과나눔’ 전무이사는 “여러 지자체와 교육청까지도 법이나 조례에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구매 관련 조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이 기관을 찾아가 공공구매를 요청하면 실질적으로 강제성을 가진 조항이 없어서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답을 듣는다”며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뭐가 더 좋아진다는 것인지 허무주의적인 반응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공구매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기관의 공무원들도 우선구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설령 사회적경제 조직이 일반 기업과 함께 공개입찰에 참여한다고 해도 매출 규모, 가격경쟁력 등에서 밀려 낙찰을 받기가 어렵다. 단순히 입찰과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수준으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초기 정착을 돕기 어렵다. 공공구매를 의무화하고 세부적인 절차를 명시한 법이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내용=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1일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 조직 제품 우선구매와 판로개척을 명시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경제 조직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 촉진과 판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지원과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5% 범위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비율 이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토록 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더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새정치연합의 판로지원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사회적경제 기업, 국민의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과 관련한 역할과 기본책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 제품의 구매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 기본계획에 근거해 매년 시·도지사가 시·도별 구매 촉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또 사회적경제 기업 구매촉진위원회를 설치,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과 관련한 주요 사항을 심의토록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구매촉진기본계획에 근거해 공공기관장이 따라야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하도록 하고 수의계약을 통한 구매의 경우 선정기준과 절차도 규정한다. 또 조달청장이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을 위해 협력하도록 했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는 “공공구매와 판로 지원과 관련해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안에 전체적인 내용을 담고 구체적인 내용은 새정치연합에서 발의한 판로지원법 등 별도의 법을 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