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선거 때는 온통 ‘복지’를 노래하더니 이번 선거에는 ‘안전’으로 목청을 높였다. 안전이란 게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불안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는 것으로 말한다. 그런데 안전(安全)이란 글자를 다시 보자. 전(全)자가 붙어있다. 왜 전(全)이란 글자가 붙어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전(全)’이란 개념이 없다.

이를테면, 장사꾼들은 돈만 되면 남이야 죽든 살든 상관없고, 정치꾼들은 표만 되면 무슨 거짓말이든 아랑곳 않고, 부모들은 성적만 오르면 아이들의 건강이나 정서적 발달은 상관없는 일이고, 공무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부실’ ‘졸속’을 마다 않는다.

우리 일상이 다 그렇다. 얼굴만 예쁘면 그만이고, 체중만 줄이면 그만이고, 맛만 좋으면 그만이고, 인기만 있으면 그만이고,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고, 조회건수만 많으면 그만이고…그런 식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전(全)이란 개념이 없다. 지금 당장의 이익, 목전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일 어떤 부작용이나 폐해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다. 우리들의 이익이란 것은, 인간이 망가지든, 사회가 망가지든, 자연이 망가지든 그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전(全)을 희생하는 대가로 목전의 이익을 챙긴다. 온전(穩全)한 이익이 아니라 온전하지 않는 이익에 눈이 멀어있다. 이렇든 우리는 전(全)이란 개념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미 안전할 수 없는, 안전을 포기한 습속에 깊이 젖어있다. 그런데 대형 참사를 당하고서야 안전을 말한다.

그렇게 전(全)이란 개념이 없는데, 온전하기를 포기했는데, 어떻게 안전(安全)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치꾼들이 너도 나도 ‘안전’ 그런다. 그러면서 예산 타령을 한다. 예산으로 안전해질까? 돈으로 안전을 살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내 집 담장을 더 높이 쌓고 경보 장치를 겹겹이 붙이면 더 안전해질까? 담장을 높이고 경보장치를 다는 비용을 늘린다고 안전해질까? 전(全)이란 개념에서 우리 시야에 들어오기 전에는 결코 안전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복지를 노래할 때도 이미 안전하지 않았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복지를 노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복지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안전을 노래한다. 안전 그 다음에는 무엇을 노래할까?

배영순(영남대 명예교수 baeysoon@yuma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