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 2사단 210포병여단 모대대 병사들이 지난 8일 경기북부지역 모훈련장에서 최신형포와 미사일 기동 및 발사시험 훈련에 앞서 각종 장비·기계 시설들을 차량에서 내리며 점검하고 있다. 미 2사단 제공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하고 장사정포·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억지력과 전쟁 초기 방어능력을 갖춘 미 2사단 포병여단의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월 이후 미사일·로켓·방사포 90여 발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북한 국지도발에 대한 미군의 대응 방어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 2사단은 제23화학대대와 기계화대대를 각각 캠프 스탠리와 캠프 케이시에 재배치하고 시누크(CH-47F)헬기와 M1A2에이브람스 전차 등 첨단무기를 도입하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 210포병여단은 이달 들어 수시로 포천 영평 종합훈련장에서 한·미 합동으로 이동 및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화력전 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포병여단이 한국군 기갑부대와 합동훈련을 하는 현장을 가보았다.

22일 오후 3시 43번 국도와 37번 국도를 지나 경기 포천시 영중면 영평리에 다다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인 미군 로드리게스 종합훈련장이 나타났다. 훈련장 정문으로는 장비를 실은 미군 트럭과 전차, 장갑차 등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87번 지방도와 창수면∼대회산리간 도로에는 한국군 오뚜기부대 전차 20여 대가 굉음을 내며 이동 중이었고 일부 한국군과 미군 전차들은 사격훈련에 앞서 진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C1게이트로도 물탱크 차량과 미군장병을 실은 수송 트럭, 장비 차량들이 들어갔다. 6개의 사격장 가운데 초입의 S사격장에서는 구급차와 장비·지휘(지프)차량이 주차된 가운데 완전무장한 미군들이 장비를 조작하거나 나란히 선 채 선임하사관으로부터 작전 매뉴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사격장 상공 위로 신형 헬기가 날고 탄착지인 불무산 기슭에는 요란한 포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아오르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 포병부대가 한국군과 함께 훈련하는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미 포병여단이 한국군 자체방어능력이 가능한 2022년까지 잠정적으로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는 여론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대두되고 있다. 즉 북한의 대남 도발 및 급변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미군기지 평택이전(재배치) 계획을 보완·수정하기 위한 한·미 간 협상에 적극 나서고 보상대책 마련과 함께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효율적인 한국방어를 위해 한미연합사단 창설과 함께 210포병여단 등 미 2사단 주력부대를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잔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최근 해당 지자체의 반발로 이를 백지화하고 다시 기존 연합토지관리계획(LPP)대로 2016년까지 평택으로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도 미 2사단 일부 병력의 한강 이북 잔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LPP수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지자체 반발을 의식해 지난 1월 “미군 이전은 원래 계획대로 정상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여단 병력 2000여 명과 여단이 보유한 다연장 로켓포(MLRS)2개 대대,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 신형 발사대(M270A1), 장사거리 유도형 다연장로켓(G-MLRS)탄약, 대포병 탐지레이더(AN/TPQ-37), 기계화 대대 장비 등이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포병여단이 평택으로 이전할 경우 북한의 장사정포와 300㎜방사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북 억지력이 약화되고 ‘인계철선(trip wire)’마저 사라져 버려 심각한 전력 공백상태에 빠지게 된다. 현재 한국군은 선제타격능력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등 자체 방어능력을 2022년 이후에나 갖출 예정이어서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군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 포병여단을 ▲현재 동두천 캠프 케이시(일부 반환)잔류 ▲의정부 캠프 스탠리 재배치 ▲한국군 부대시설 재배치 등의 방법으로 한강 이북에 잔류시키기 위한 협의를 지자체와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심경섭 비상기획관은 “경기도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쟁 초기 대화력전을 수행해야 하는 미 포병여단의 조기 이전은 말이 안된다”며 “제주 강정마을과 평택지역 보상대책처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적정한 보상안이 마련될 경우 지역 주민들도 미군 이전 연기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한미군 한인노조원과 관광특구 상인 등 상당수의 동두천시 주민들은 지역경제 공동화를 우려, 정부 지원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미군의 잔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민들은 미군 잔류나 이전보다 일자리 등에 더 관심이 많다. 이미 반환됐으나 개발이 중단된 미군기지 캠프님블이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두천시도 정부가 미군기지 매각대금 30% 지원 및 특별교부세 지원을 해주거나 캠프 케이시를 무상양여받는 대신 캠프 호비에 포병여단을 주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없는 미군 이전보다는 정부지원을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보산동 박영훈 상가번영회장은 “대책없이 미군부대가 철수하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상책을 마련한 후에 기지가 점차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한미연합사단 창설 검토를 밝힌 직후인 지난해 12월 동두천미군기지 반환촉구 대책위원회가 미 8군 사령부 앞에서 미 2사단 평택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지만 지난 2월 중단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동두천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미 2사단 210포병여단 훈련 지원차량이 지난 22일 경기 포천시 S사격장에서 실시 중인 한미 합동훈련을 위해 지원 임무를 마치고 사격장 출입문에서 나오고 있다. 오명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미군 헬기OH-58D 카이오와 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