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한 고등학교 건물의 벽돌 외벽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갈라져있다. 이 학교 건물은 현재 철거가 결정됐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무상교육복지에 교육예산이 집중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이 학교 안전 예산 부족이다. 많은 학생들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는 학교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어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와 같은 학생 안전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앞다퉈 학교안전 강화 공약들을 쏟아냈지만 무상교육복지에 예산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올해로 학교를 세운 지 62년이 된 서울 용산구의 한 사립고등학교는 최근 건물 안전 위험 때문에 학교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건축 안전 규정이 미비했던 당시 벽돌로 쌓아올렸던 건물이 지난해 3월 시설물 안전 평가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D등급 건물은 즉각적인 개축이 필요한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이 학교의 구조보강·개축예산은 75억 원으로 측정됐는데, 학교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일단 건물 외벽이 갈라진 틈을 보수해 놓은 이후 대책 논의만 1년여째 계속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지대가 높고 여러 가지 안전 문제에다 비용 문제까지 겹쳐 개축이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이전을 논의했는데, 이 역시 서울시내 학교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우선 이번 학기가 끝나면 안전 위험도가 높은 층의 교실을 모두 비울 예정인데, 이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위해 만든 교과 교실 등을 다시 일반 교실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학교처럼 재난위험시설인 D등급 판정을 받은 학교가 서울시내에 25개교에 달한다. 또 중간등급인 C등급을 받은 학교들도 안전한 수업을 위해 개보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환경개선시설비와 학생수용시설비를 포함한 학교교육여건 개선 시설정책 사업비는 2009년 137억 원에서 2013년 53억 원으로 감소했다. 교육부는 최근 특별교부금 약 395억 원을 투입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구조보강 및 개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이 중 6개 시설만 특별교부금 중 약 36억 원의 지원을 받게 돼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은 학교 안전 보장을 위해 앞으로 1000억 원에서 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