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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논설위원

“나는 심플(simple)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 내세우고 있다. 나의 단골 말 가운데 한마디지만, 또 한번 이 말을 큰 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비공(非空) 장욱진(1917∼1990) 화백이 남긴 말이다. 단순·간결·검소·소박 등의 의미를 지닌 ‘심플’은 순진무구(純眞無垢)한 동심(童心)의 속성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장 화백의 작품과 삶을 응축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장 화백 유골을 봉안한 비석을 세우면서 그 비문을 ‘심플한 그림을 찾아나섰던 구도(求道)의 긴 여로 끝에’ 하고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 화백의 작품 ‘까치’에 매료돼 1973년 처음 찾아가 만난 이래 그가 타계하기까지 가족처럼 지냈던 김형국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은 비문이다. 김 교수는 그 교유의 기록을 묶은 책 ‘그 사람 장욱진’(김영사·1993)을 통해 ‘타고난 화가, 타고난 자유인’이면서 야인(野人)이고, 기인(奇人)이고, 장인(匠人)이었던 장 화백과의 만남에 대해 ‘나의 행복이었고, 마음의 안식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인 김용택은 장 화백의 그림 앞에 처음 섰을 때 “크게 울 뻔했다”고 한다. 작은 그림이 놀랍고도 신비하게 자신이 가르치던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의 그림과 꼭 닮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 속으로, 천당으로 들어갈 수 없으면 절대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서 장 화백 그림을 자신의 시집 ‘나무’의 표지화로 삼았다.

장 화백의 서울대 교수 시절 제자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초대원장을 지낸 오경환 화백은 “스위스 출신으로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파울 클레가 있고. 콜롬비아 출신에 (풍만한 양감을 강조한 해학적 그림으로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페르난도 보테르가 있다면, 한국에는 장욱진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장 화백의 예술을 기리기 위해 장욱진미술문화재단과 경기 양주시가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에 건립한 장욱진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이 지난 4월 29일 개막해 오는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하늘·나무·집·사람 등 4개 주제의 작품 60여 점 전시 시작과 동시에 열 예정이었던 개관식은 세월호 희생자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6월 16일로 미뤘고, 그때까진 무료로 개방한다. “찾아온 사람들이 정신적 위안을 받는 곳이길 희망한다”는 정영목 개관준비위원장(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기대가 기념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실현될 것이 분명해 보여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