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를 두고 면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진행된 수사를 통해 유 전 회장 일가에 세월호 침몰 참사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피해자 배상 책임도 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형사처벌 확정 이전에 피해자 배상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유병언 민사적 책임 충분”=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 등을 통해 보고받은 내용을 봤을 때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오하마나호 대체용으로 세월호를 구입하고, 이후 세월호를 증축해 본인 전용객실 및 사진 전시공간을 만드는 것을 사실상 지시했다. 검찰은 세월호 매각을 추진하면서 김 대표 등 청해진해운 간부들이 유 전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봤을 때, 과적을 통한 화물선적 수입 증대 방안 등도 유 전 회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청해진해운이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연간 10억 원 이상의 돈을 지급하면서, 안전관리 비용을 지급하기 어려웠다는 청해진해운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으로 봤을 때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유 전 회장 일가, 청해진해운의 간부들과 선박직 직원 등에게 공동의 민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배상 후 구상권 청구= 정부는 검찰의 법리 검토를 바탕으로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논의가 시작되면 ‘선 배상금 지금, 후 구상권 청구’ 방식을 제시할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진도 어민 등 세월호 침몰의 간접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도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을 재원으로 삼을 방침이다.

검찰은 많게는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배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 전 회장의 은닉재산 파악을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과 영농조합 등의 명의로 된 부동산에 대해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으며, 관련 당국 등과 함께 측근 명의로 숨긴 해외 은닉 재산도 추적하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