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층인 싱글 여성을 끌어안는 공약을 대거 발표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기혼 여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싱글 여성들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여성 유권자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3%이고, 싱글 여성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25%에 달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혼 및 이혼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유권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기혼 여성보다 커지고 있다. NPR는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싱글 여성 유권자들이 상원 의석 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싱글 여성들은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CNN, 가디언 등은 “싱글 여성들의 표심이 오바마로 향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대선 때 싱글 여성들의 표는 오바마 쪽에 36%포인트 더 몰린 반면, 기혼 여성들의 표는 롬니 쪽에 7%포인트 더 몰렸을 뿐이다.

하지만 싱글 여성들의 중간선거 참여 비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NPR에 따르면 2010년 싱글 여성의 투표율은 2008년에 비해 20%가량 하락했으며, 2012∼2014년 사이에는 약 1050만 명의 싱글 여성들이 투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싱글 여성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싱글 여성 맞춤 공약’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은 싱글 여성들의 관심사이자 불만 사항인 최저 임금 조정, 남녀 동일임금, 성폭행 문제 해결, 사회 안전망 구축, 낙태권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 남녀 동일임금에 대해 공화당 측이 반발하는 것을 ‘여성에 대한 전쟁’으로 쟁점화해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 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기혼 여성들은 대선에서의 투표율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중간선거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공화당도 싱글 여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그들을 위한 공약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중간선거 참여율이 워낙 낮은 유권층이라 당장은 긴박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