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 어딘지도 모를 저 바닷속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어느 부모가 제정신이겠습니까.”

1일 오전 9시 30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둣가에서 만난 박모(여·49) 씨는 이렇게 흐느꼈다. 애끓는 표정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엔 초조함이 묻어났다.

30일 사고 지점 2.4㎞ 해역에서 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기름방제작업을 하던 어민의 닻줄에 걸려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날 팽목항 가족대기소 주변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부둣가로 나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박 씨는 “그렇게 먼 곳에서 시신이 떠올랐다면 지금 더 먼 곳으로 떠내려간 시신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며 “그게 내 자식이 될지 내 자식 친구가 될지 어떻게 아냐”고 가슴을 쳤다.

해양경찰 측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5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시신 유실 대책반까지 구성했다는 얘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소식을 들으니 원통하다”며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한) 그물망은 제대로 쳐 놓은 건지 바닷속으로 들어가 확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구조작업과 함께 처음부터 그물을 치고 유실에 대비했으면, 그 어린 것들이 바다에 떠내려 가는 일은 없었지 않겠냐”며 울먹였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도 시신 유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조건 구조’만을 외치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무언가 다른 대책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실종자 가족 김모(47) 씨는 “썩은 동아줄이든 뭐든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솔직히 시신만 제대로 데려갈 수 있으면 소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집으로 돌아간 실종 학생의 어머니를 대신해 체육관에서 자리를 지키던 실종자 삼촌 송모(34) 씨는 “‘그 다음 발견되는 시신이 내 자식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다들 선체 인양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한다”면서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체인양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모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오후에는 민간잠수부 김모(40) 씨가 수색작업을 마치고 바지선으로 올라온 뒤 의식을 잃어 인근 삼천포서울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삼천포서울병원 측은 “환자가 수중에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 감퇴 증상과 함께 골반 쪽의 감각 마비, 가슴 통증 및 두통을 호소했다”며 “감압체임버에서 4시간 50분에 걸쳐 6대기압의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의식을 되찾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도 = 김다영·이근평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