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4시쯤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상황실 화이트보드에 걸린 시신 신원정보를 확인하던 김모(31) 씨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구조팀이 침몰한 세월호 선체 4, 5층에 진입해 12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김 씨는 잠시 실낱 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김 씨는 “3층 식당 근처 우측 맨 앞 객실에 어머니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서 “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 가려 일반인 실종자에 대한 수색이 더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 어머니는 인천 용유초교 28회 동창생 17명과 환갑을 맞아 세월호를 타고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중 5명은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구조됐지만 동창회장인 백모(60) 씨 등 8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선체 안팎에서 발견됐고 김 씨 어머니 등 4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김 씨는 생존한 어머니 동창 친구들로부터 김 씨 어머니를 포함한 3명이 3층 식당 근처 객실에 함께 있었다고 들었다. 김 씨는 “구조된 어머니 친구들이 ‘배가 기운 상태에서 이불 등 집기에 쏠려 어머니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며 “마지막 위치를 알면서도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무기력하다”고 한탄했다.

어머니가 있던 객실에 접근이 어렵지 않다는 점은 김 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김 씨는 “어머니가 있던 3층 우측 앞쪽 객실은 20인 이상을 수용하는 방으로 이미 수색이 진행돼 7명의 사망자를 발견한 곳”이라며 “구조팀이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다시 한 번 재수색에 나서주기를 구조팀에 간곡히 요청했지만 이후 아무 소식이 없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일단 미개방 객실, 특히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 위주로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미 수색이 진행된 3층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