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급격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면서 여권 내 개각론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여권은 ‘6·4 지방선거’ 이전이든 이후든, 중폭이든 대폭이든 무사안일한 공직 기강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 지방선거 관리 등을 감안해 선거 이전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개각하는 단계적 개각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개각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고 민심이반의 위기감이 더 고조될 다음주엔 야권이 본격적으로 정부의 무능력과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며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새누리당 입장에선 이에 맞서 선제적으로 개각론을 청와대에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 주도의 대폭 개각론은 박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만큼 청와대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며 “여당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개각 문제를 다루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통령 지지율은 70%대에서 50%중반으로 하락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다음주 초 의원총회를 통해 국정조사와 내각총사퇴 등 박근혜정부 쇄신안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현재 청와대 내부적으론 “지방선거 전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조기에 개각론의 불길이 번져가는 데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개되는 개각론이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에도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경고가 새누리당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사태 수습에 집중하는 장관들을 어떻게 교체하느냐”면서 “내가 아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장관들이 지방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사태 수습에 집중하도록 한 뒤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단계적 개각론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위기감과 청와대의 부담감을 적절히 버무린 대안으로 친박 진영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다.

먼저 이번 침몰 사태 수습에 부담이 적은 장관들을 우선 교체한 후,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 침몰 사태 수습 주무 부처의 장관들과 그동안 교체 요구가 많았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남재준 국정원장 등까지 일거에 쇄신하자는 안이다.

김만용·오남석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