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일선 학교들이 최근 3년 동안 수학여행 중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안전사고를 겪었는데도 절반 이상의 학교들이 수학여행 출발 전에 운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로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도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수학여행 계획서(학교교육계획서)를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하지 않았고 심의기구인 수학여행 활성화위원회도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수학여행 및 각종 캠프 활동을 다녀온 경기도 내 80여 개 초·중·고 학교 가운데 40여 개 학교가 수학여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수학여행활성화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침’을 위반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수학여행계획서도 52건에 불과해 지난해 수학여행을 다녀온 나머지 150여 개 학교는 출발 전 수학여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학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원고는 수학여행 출발 전에 수학여행계획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하지 않았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7일 취재가 시작되자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한 페이지 분량의 계획서를 올려놓는 등 급조의혹까지 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업체를 심의하는 수학여행활성화위원회도 제대로 구성하지 않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형식적으로 심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교육청도 단원고 지도교사들에게 수학여행운영지침에 대한 사전연수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교육청의 지도·감독 소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이 3월 각 학교에 배포한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침’에서 학교는 수학여행 출발 전에 일정과 장소, 인원이 명기된 수학여행계획서 및 학교교육계획서를 도교육청에 반드시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수학여행은 학교 자체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수학여행 운영지침을 강제할 수 없고 2300여 개 학교를 일일이 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경기도 내 초·중·고·특수학교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 중에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학교안전공제회에 접수한 건수는 141건(2011년 21건, 2012년 55건, 2013년 65건)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또 도교육청은 학교들이 청소년안전과 관련된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서도 학교들이 2011∼2013년 현장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실시한 407개의 해병대·병영·극기훈련 캠프 프로그램 가운데 271개(66%) 프로그램이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거나 청소년진흥원의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학여행 중에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현장학습 안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