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실종자 가족들뿐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구조 관계자 등도 심각한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 일 같지 않아 계속 눈물이 난다”거나 “사고 순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린다”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 민원을 접수하는 공무원 이모(36) 씨는 최근 우울증 초기 증세가 의심돼 심리상담을 받았다. 하루 평균 3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꾸준히 만나다 보니 절절한 사연이 모두 자신의 일처럼 여겨지고 고통스러워 상담소를 찾았다. 잠시 홀로 남은 쉬는 시간에도 우울함을 못 이겨 수시로 눈물을 쏟아낸다는 이 씨는 심리상담을 받고 틈날 때마다 산책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체육관 내부 청소나 실종자 가족 세탁물 운반 자원봉사자 손모(여·24) 씨 역시 희생자 가족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딸이 배에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꿈을 꾼다”거나 “내 자식이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일을 겪냐”는 등 실종자 가족들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손 씨는 무기력함과 죄책감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손 씨는 “숨쉬고 있는 게 죄스러운 느낌”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봉사자로서 자격 미달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체육관에 설치된 심리상담실을 찾는 인원이 하루 평균 30여 명이라면 이 중 70% 이상이 실종자 가족 외 봉사자와 취재진”이라며 “막상 실종자 가족들은 경황이 없어 상담실을 잘 찾지 않지만 오히려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들을 만나고 있는 이들이 ‘내 일도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우울하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세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하정미(사회복지상담학) 부산장신대 교수는 “혼자 앓기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우울함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