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안 여객선 산업은 구조적인 문제점 투성이어서 이러한 모순을 고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2의, 제3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길수(해사수송과학) 한국해양대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안 여객선 선원에 대한 처우가 워낙 떨어지다 보니 자질이 우수한 선원을 찾아보기 힘들고 이들에게 선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더욱이 연안 여객선 사업을 하는 선사 대부분이 선박 1∼2척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영세하기 때문에 선박의 안전 관리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연안 여객선 분야에선 비교적 중견급 기업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박 활동 장소에 따라 외항 선원과 내항 선원으로 크게 나뉜다. 외항 선원의 경우 급여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반 외항선 선장의 연봉은 1억2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 수준이다. 기관장 역시 동일하다. LNG선이나 화학물질 운반선의 선장은 위험하기 때문에 이보다 20∼30%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루즈선을 포함한 해외 여객선의 경우 일반 외항선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4년제 한국해양대나 목포해양대를 졸업하면 주로 외항선 근무를 한다.

하지만 연안 여객선 등 내항선 선원의 급여 수준은 이와 큰 차이가 난다. 통상 국내 여객선사 정규직 선장의 연봉은 4000만∼6000만 원 수준이다. 이번 사고의 장본인인 이준석 선장은 계약직 월봉 27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항선의 경우 한국해양대 등 4년제 대학 출신이 아니라 해양연수원 단기연수과정, 해기사 양성기관, 해사고 등 고교 졸업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노후화도 문제다. 일본 등 해외에서 사용하던 여객선을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것. 이는 세월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령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연안 여객선 2척의 선령은 27년, 21년이다. 울진과 을릉도를 오가는 연안 여객선의 선령도 25년이다. 이러한 선박 노후화는 연안 여객선 선사의 영세성과 연관돼 있다. 이는 또 선박의 안전운항 여부로 연결된다. 돈 벌기에 빠듯하다 보면 아무래도 안전 관리 문제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안 여객선 산업을 정상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안하는 방법은 다소 다르다. 김 교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3개 대형 선사로 통일돼야 선박의 안전관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규열(조선해양공학과)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시내버스 등과 같이 반공영제 방식으로 연안 여객선 사업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운조합에서 관할하는 운항관리 업무와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에서 시행하는 선박 안전검사의 제도 개선 주장도 이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계기로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정점으로 하는 폐쇄적인 문화로 인해 연안 여객선 산업의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부산 = 김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