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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5000만원社가 매출 1038억社 인수?
천해지 넘긴 회사 3년후 자진청산… 왜?
인수후 한두달새 150% 수익률… 어떻게?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소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 관계사인 천해지(청해진해운 모회사) 인수 과정을 놓고 관련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유 전 회장이 본인과 관련을 맺고 있는 ㈜새천년을 통해 천해지를 인수한 후 자식들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나 아이원아이홀딩스 측은 일절 확인을 거부해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지난 2008년 3월 천해지 지분 70.1%를 인수했다. 2005년 7월 21일 설립된 천해지는 출범 3개월 만에 법정관리 상태인 ㈜세모의 조선사업본부를 인수하고 우량회사로 탈바꿈한 뒤였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둘러싸고 “3가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2007년 10월 5000만 원 자본금으로 출발한 신생 경영 컨설팅 업체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6개월도 안돼 매출 1038억 원과 순이익 54억 원(2007년 기준)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천해지를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는가다. 천해지 대주주인 ㈜새천년 등이 연간 수십억 원의 순이익을 가져다 주는 우량회사를 이제 막 생긴 신생회사에 넘긴 것 자체가 일반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특히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수차례 증자를 거쳐 천해지 지분 70.1%를 60억 원을 주고 취득한 것으로 감사보고서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돼 헐값에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실적 추이를 바탕으로 주식가치평가모형(배당액 기준)을 적용하면 적정 인수액은 200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회계 전문가의 판단이다.

두 번째 의문점은 헐값에 천해지를 넘긴 새천년이 3년 후 자진 청산한 이유다. 새천년은 천해지 매각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는데도 5개월 뒤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2003년 새천년 설립 후 줄곧 대표를 맡은 이모(73) 씨는 유 전 회장 일가의 핵심 관계사인 ㈜아해 대표를 2009년 맡아 2011년까지 경영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천해지 3대 주주인 ㈜빛난별도 아이원아이홀딩스 관계사인 ㈜다판다, ㈜문진미디어에 보유 지분 12.8%를 절반씩 나눠 넘긴 후 2009년 11월 청산을 결의한다. ㈜새천년이나 ㈜빛난별이 일사불란하게 천해지 지분을 유 전 회장 일가에 넘기고 법인을 정리한 것이다.

세 번째 의문점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천해지 인수 1∼2년 만에 총 150억 원에 달하는 지분법 이익을 올렸다는 점이다. 취득액과 비교하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인수 직후 150%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금융당국의 한 회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정황만 놓고 보면 새천년이나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사실상 관계사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현재로선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유 전 회장 자녀와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헐값에 우량 회사를 넘겨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영승계 구도를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반론을 듣기 위해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직접 찾아갔으나 문을 걸어잠근 채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미 청산된 비상장·비등록 법인이었던 새천년이나 빛난별의 경우 관련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천해지 인수를 둘러싼 의혹은 앞으로 계속 증폭될 전망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