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대한 부실한 안전점검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선급이 과거 정부 감사에서 선박 안전과 관련한 위반사항이 다수 적발됐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고위 관료들이 경영진으로 포진했던 한국선급과 관련 부처의 유착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5월 한국선급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23일 문화일보가 단독입수한 옛 국토해양부(현 해수부와 국토교통부)의 2011년 한국선급 종합감사에 대한 ‘자체감사 처분 요구서’에 따르면, 정부 감사에서 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지만 모두 경고와 주의 시정 조치 등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정부 업무 위탁 기관에 대해 3년마다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선급의 경우 지난 2011년 11월 감사가 가장 최근에 받았던 정기감사다.

해수부는 감사에서 ‘선박안전대책위원회’ 운영 부적정, 안전관리체제 인증 심사 업무 처리 부적정 등 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특히 선박 안전점검과 관련된 위반사항이 9건 중 3건에 달해 전체의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선급에 내려진 처분은 행정조치(시정 3건, 주의 4건, 통보 2건)와 신분상 조치(경고 6명, 주의 1명), 재정 조치(1억2700만 원 재정지원 감액) 등 모두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자사 등록 선박의 해양 사고 발생 시 ‘선박안전대책위’를 소집하도록 돼 있음에도, 2011년 발생한 선박사고 7건 중 6건에 대해 정당한 절차도 없이 대책위를 소집하지 않았다. 또 정부의 선박과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체제 인증심사 업무를 대행하면서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시정 조치 여부를 반드시 남겨놓도록 돼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위반사항에 대해 경고나 시정·주의 등 가벼운 처분만 내렸다. 전직 고위 관료들이 경영진에 대거 포진했던 한국선급에 대한 전형적인 ‘봐주기식 감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선급에 대해 오는 5월에 보다 강도높은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