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선박 급회전은 강한 조류가 흐르는 항로에서 양력을 받지 못한 방향타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21일 당시 사고선박인 세월호가 갑자기 크게 회전한 것은 강한 조류가 선박후미에 있는 방향타의 양력에 영향을 미치면서 배가 정상적인 회전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뒤이어 놀란 항해사나 조타수가 방향타를 큰 각도로 조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일반적으로 방향타는 앞에서 다가오는 물의 유입속도에 의해 양력을 받아 배를 회전 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조류와 배의 진행방향이 같아 물의 유입속도가 적어으면 방향타에 양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이처럼 양력이 적은 경우 방향타는 작은 각도의 조절에는 반응을 하지 않고 큰 각도로 돌려야 말을 듣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는 배가 갑자기 엄청나게 회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월호도 사고 당일 강한 조류가 흘러 선박의 항로로는 부적합한 맹골수도로 접어들면서 방향타의 조작에 문제가 생겨 정삭적인 회전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당황한 항해사나 조타수가 갑자기 조타기를 많이 돌리면서 의도치 않게 선박이 갑자기 급회전하는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윤 교수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사고선박에 탔던 승객들은 침몰 신고 시간(8시55분) 1시간여전 부터 배가 기우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다고 밝혔는데, 이들의 주장대로 당시 선박사고가 8시전후에 시작됐다면, 윤 교수의 이같은 주장이 상당부분 설득력을 얻게 된다. 국립해양조사원측에 따르면 사고당일 오전 3시12분쯤부터 오전 8시38분까지는 사고해역 조류의 방향이 남동쪽이어서, 사고 당시 세월호가 가는 방향과 조류의 방향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의 조타수도 “평소보다 조타키가 유난히 빨리 돌아갔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윤 교수는 또 조류와 선박이 같은 방향이 아니더라도 조류가 강한 지역에는 방향타에 작동에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한 조류가 방향타 측면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방향타를 틀지 않아도 튼 것 같은 양력이 생겨 배가 자꾸 한방향으로 돌게 된다”며 “이럴 경우 항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또 큰 각도로 방향타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급회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세월호가 왜 조류가 빠른 위험한 해역을 항로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해사도 강한 조류가 방향타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었는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