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쿠차(36·미국)가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속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총상금 580만 달러) 4라운드가 열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 아일랜드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 18번홀(파4·475야드). 왼쪽에는 그린까지 해저드가 이어져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어렵게 플레이된 홀이다.

쿠차는 그린을 노리며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지자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전홀이던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1m에 붙이고도 3퍼트하는 바람에 보기를 범했기에 더욱 불안감이 몰려들었다.

지난주 마스터스 때의 악몽도 떠올랐다.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한때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막판 부진 탓에 2오버파를 치며 공동5위에 그친 바 있다.

마음을 다잡은 쿠차는 핀과 10m도 안 남긴 벙커 샷을 그대로 성공시켜 버디를 만들어냈다. 이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7위에서 마지막 날을 시작한 쿠차는 전반에만 6타를 줄이는 맹렬한 기세로 추격에 나섰다. 쿠차는 전홀의 실수를 말끔히 보상받는 마지막홀 버디로 이날만 7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반면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던 루크 도널드(37·영국)는 10번홀까지 버디 3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11번홀과 12번홀(이상 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쿠차를 쫓는 신세가 됐다. 1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2타를 줄여 10언더파를 기록했지만 앞선 쿠차의 버디 소식을 듣고 난 이후 남은 홀에서 1타도 줄이지 못했다.

특히 승부수를 띄운 마지막 18번홀에서 2온마저 실패했고 30m 지점에서 어프로치샷 버디를 노렸지만 홀을 비껴가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까지 올랐던 도널드는 최근 5년동안 치러진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3차례나 기록하는 악연을 이어갔다.

지난주 마스터스 불운을 털고 1주일 만에 곧바로 한을 풀게 된 쿠차는 통산 7승을 올리며 우승상금 104만4000달러(약 10억8300만 원)를 받았다.

한편 3라운드까지 2위를 달렸던 재미교포 존허(25)는 마지막홀에서 두 번째 샷을 1m에 붙여 버디를 추가해 이날만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 275타로 벤 마틴(27·미국)과 공동 3위로 시즌 최고성적을 기록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