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에서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보험과는 별도로 상당액의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참사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로 밝혀지고 있는 만큼 선박회사·선주뿐 아니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도 예외 없이 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와 피해자 측이 배상 내용에 합의하면 별도의 민사 소송이 진행되지 않겠지만, 사망·실종자 외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생존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당사자만 46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합의를 거절할 경우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종자 수색 작업 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이후 피해 가족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나 선박회사 등과 배상 절차를 밟게 된다.

배상 절차가 합의로 끝나느냐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 측과 피해자 측의 합의 여부에 달려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21일 “합의내용에는 보통 ‘이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기 때문에 합의 외에 소송을 통해 중복 배상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로 숨진 사람들에 대한 보상금이 1인당 9200만 원으로 정부와 유가족 대표 간 합의가 성사됐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배상금 규모에 반발, 수령을 거부하면서 정부와 한국해운조합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996년 서해훼리호 10명의 유족 4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2억 원에서 4억 원씩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해훼리호 당시에는 승객들이 기상악화를 이유로 출항을 기피하던 선장의 말을 듣지 않고 출항을 강요한 사실이 인정돼 국가의 배상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이번 사건 수사결과 관리당국의 부실관리가 드러나면 국가의 배상도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배상금 외에 보험금은 피해자들에게 일괄 지급될 예정이다. 세월호는 한국해운조합의 4개 공제상품에 가입돼 있어 인명피해 등에 대해 최대 1인당 3억5000만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는 단체여행자보험에 가입해 상해·사망시 1억 원을 보장받는다. 김동하·이용권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