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6월 이후 4차례나 안전사고가 발생한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이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반복된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공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건설 측이 이 같은 행태까지 보이자, 업계에서는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근로자들은 시공사 측이 근로감독관 동선을 근로자들에게 무전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 점검에서 지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근로자는 “지난 14일부터 근로감독관이 집중 감시를 시작한 후 시공사 측 현장 관리 담당자들이 ‘근로감독관이 2층에 있으니 3층 작업자들은 사다리를 치우고 주변 정리와 같은 가벼운 업무만 하라’는 식으로 무전으로 지시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은 모두 10명의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상주시켜 오는 18일까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폭우로 한강이 범람할 위기 속에서 공사를 강행, 7명이 숨진 노량진 수몰사고 때 파견된 근로감독관이 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규모다.

노동청이 이처럼 강도 높은 조사를 결정한 것은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후 채 1년도 안 돼 4건의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3년 6월 25일 고층부 타워동 43층 거푸집이 무너져 내려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했고, 같은 해 10월 1일은 저층부 캐주얼동 북쪽 11층에서 철제 파이프가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났다. 올 들어 2월 16일에는 고층부 타워동 47층에서 용접기 보관함에서 불이 났고, 지난 8일 저층부 엔터테인먼트동 12층 배관이 폭발하면서 황모(38) 씨가 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측이 이같이 조직적인 방해에 나서면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유사한 제보가 있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보다 강력한 점검을 지시했다”면서 “오는 18일 집중 점검이 끝나도 불시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현장 안전관리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근로감독관 10명이 상시 감독하는 구조인 데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시공사 측에서 무전으로 동선을 알려주는 등의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