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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북한의 무인 정찰기 위협으로 연일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는 둔감한 국민이 국내 동호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북한의 무인기에는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우리 안보에 새로운 도전임에는 틀림없으나 여론을 의식한 국방부의 대응 방향에는 문제가 있다.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 안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도 있으므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누리고 있고 북한이 죽어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는 분야가 바로 무인기 기술이다.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의 성과로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늘임으로써 북한 내의 모든 미사일 기지를 6~7분 내에 타격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우리가 개발할 무인기의 탑재중량을 500㎏에서 2500㎏으로 5배 늘린 것이다.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가 타결된 이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한·미 간에 줄다리기를 한 사안이 바로 무인기의 탑재중량과 무장 여부였다. 이제 예산만 확보된다면 세계 최대의 무인기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명박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 얼굴까지 붉혀 가며 무인기 능력 개발에 집착한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데 있어 무인기가 수행해야 할 막중한 역할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준으로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발사하기 전에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놓친 미사일은 공중에서 요격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움직일 수 있는 도로 상공(上空)에 우리 무인기가 24시간 체공하면서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감시할 수 있어야 하고, 발사가 임박한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발사대를 정밀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소행이 미우면서도 고마운(?) 이유 중의 하나는 실제적인 위협이 되기 전에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줌으로써 대비할 시간을 준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상공에 평시에도 우리 무인기를 무제한 침투시켜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의 동향을 밀착 감시할 활로를 북한 스스로 열어 주었다는 점이다. 준법 정신이 지나치다 못해 국제법상 보장된 자위권 행사에도 소극적인 우리 군의 정신 자세에 비춰볼 때 만약 북한이 먼저 무인기를 침투시키지 않았다면 우리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북한에 보낼 무인기를 양산할 체제를 조속히 갖추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만한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 상공에는 24시간 무인기를 배치해야 한다. 무인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될 우리의 비대칭적 수단이다.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북 군사전략에서 선택의 폭을 제한받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을 단죄하는 것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남북 간 비방·중상 중단 합의에 매달리듯이 상호 무인기 침투 자제 합의를 구걸해 올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보다 더 효과적이고 풍부한 인적 정보 수집 수단(휴민트)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구글어스나 상업위성에서 해상도가 더 높은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인기 없이는 북한의 군사 동향을 감시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막기 위해 우리의 무인기 침투에 제약을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방부는 차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망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해서도 정밀타격 자산의 보강 외에 아이언 돔과 같은 요격체제를 갖춰 국가 핵심 시설을 방어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무인기보다 더 심각하면서도 방치되고 있는 위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북한 화물을 실은 제3국 선박이 우리 항구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북한이 소유한 선박이 몽골 등 제3국 깃발을 달고 우리 작전해역을 유유히 휘젓고 다니는 것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북한에 입항한 전력이 있거나 북한 화물을 적재한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입항을 거부하거나 외항에서 검색하는 제도의 시행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