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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샐러리맨의 신화’‘진정한 승부사’.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재계 13위의 거대 그룹을 일궜던 강덕수(64·얼굴) 전 STX그룹 회장을 일컬어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영원한 직장인의 우상으로 회자될 줄 알았던 강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데 이어 검찰에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그의 굴곡 많은 인생 스토리는 파란만장한 한국 경제사의 슬픈 단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 28년 만이었던 지난 2001년 그는 전 재산 20억 원을 투자해 자신이 재무책임자로 있던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를 텃밭으로 강 전 회장은 현재의 STX그룹을 키운 신화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STX그룹은 주요 계열사 12개로 꾸려진 재계 순위 13위의 대그룹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강 전 회장이 일군 샐러리맨 신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강 전 회장도 인수·합병(M&A) 업계에서 회자되던 ‘승자의 저주’라는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기업 M&A를 통해 외형을 확장해가던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조선·해양업의 급속한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지난 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해 3100억 원의 배임과 540억 원의 공금횡령 혐의로 지난 8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강 전 회장은 오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샐러리맨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던 1세대 오너 기업인의 잇단 퇴장에 직장인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아직 끝나지 않은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