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임종룡(오른쪽 여섯 번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농협중앙회에서 자회사 대표들과 ‘금융사기 근절 결의대회’를 열고 금융사기 예방 및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을 다짐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제공

국민 -‘미스터리 쇼퍼’ 대폭 확대
하나 -매달 ‘금융 검진의 날’ 운영
우리 -고객행복매니저협의회 구성
신한 -‘소비자보호본부’ 확대 개편
농협 -금융권 첫 사이버 교육 실시
산업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지정

저축은행사태부터 동양그룹 불완전판매, 연이은 은행·카드·보험업권에 걸친 전방위적 고객정보 유출과 사기대출 및 횡령 등 끊이지 않고 있는 후진적인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이 핫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활개치는 피싱, 스미싱 등 첨단금융사기도 금융의 믿음을 퇴행시키는 요인이자, 곧바로 소비자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소비자를 포용하려는 노력과 제도적 개선점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 연구위원은 “고객정보유출사건만 해도 정보유출 등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즉 손해인과관계는 정보주체인 금융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금융의 특성상 금융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의 노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분석 결과를 보면 금융사 수익성 악화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는데, 경기둔화 지속 및 1000조 원대를 넘긴 가계부채 부담으로 서민·중산층의 애로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금융민원은 7만8008건으로, 2012년 대비 1.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금융민원이 5만309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년 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여신, 예·적금, 신용카드, 수익증권,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금융민원은 억지성 민원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불합리한 금융관행 등 금융질서 교란 현상에서 기인한다. 올해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소비자정책 종합계획 수립,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금융교육 강화 등에 금융정책의 핵심 방점을 찍겠다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각 금융사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부응해 금융포용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고객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민원예방을 위해 소비자보호 가치향상지수(VI)를 운영해 전 영업점의 고객민원 예방 고삐를 죄고 있다. 민원처리 지원 전담컨설턴트제도 운영, ‘KB금융소비자보호 헌장’ 제정, ‘KB금융소비자의 날’ 운영, 소비자보호전담본부 신설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도 완전 판매를 위해 자체 미스터리 쇼핑 항목과 횟수를 확대키로 하고 올해 총 9회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매월 세 번째 수요일에 ‘건강한 금융, 검진의 날’ 운영, ‘대외민원사전보고제’, 객관적 입장에서 민원인을 생각하는 교육프로그램인 ‘하나모의법정’을 선보였다. 올해는 ‘금융소비자보호’ 소식지를 펴내는 한편, 사랑나눔 활동과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등도 더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전자금융사고 사례 및 대처법 전파,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제정, 고객행복매니저 협의회 구성을 통한 고객 밀착 보호를 추진 중이다. 상품, 서비스, 제도를 출시하기 전에 금융소비자보호센터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새희망홀씨대출 무료 상해보험 가입, 우리자유적금 우대금리 적용기준 개선 등은 고객중심적인 제도 접근 사례”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소비자보호센터를 소비자보호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개인정보보호, 구속성예금, 금융실명제, 상품불완전판매에 걸친 4대 불건전 영업 관행 척결 등 소비자보호 종합대책을 전행에 걸쳐 추진 중이다. 지역본부 소비자보호 마일리지제도를 신설해 현장 중심의 소비자보호 이행 여부를 평가할 계획.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금융소비자보호제도가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고객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금융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할 때 소비자보호본부와 미리 합의토록 했다.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사이버교육도 실시했다. 이미 5차례에 걸쳐 8000여 명 이상이 수강했다. 다발민원에 대해서는 민원경보제를 적용하고 통합 고객의 소리(VOC) 시스템도 구축했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금융소비자보호단을 신설하는 등 ‘소비자와 동행발전’을 경영전략으로 설정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준법감시인을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로 지정하고, 윤리준법실에 소비자보호 총괄업무를 맡기는 등 소비자보호조직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고객불만 최소화를 위해 콜센터 직원도 대폭 확충했다”고 말했다.

각 금융사들은 다만 선량한 민원인의 피해구제를 오히려 방해하고 금융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억지성 악성민원의 경우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사태, 카드사 고객정보유출 등으로 금융소비자 피해예방과 권리보호에 대한 요구 및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금융권이 소비자보호 정책 강화, 서민금융 애로 해소, 저신용자 견인 노력 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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