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담배소송이 패소하면서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담배소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공공기관으로서 대규모 담배소송을 준비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14일 소장을 접수해 본격적으로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승소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신중론’도 예상된다.

10일 흡연피해자들이 담배회사에 제기한 담배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은 개인이 나선 담배소송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정부가 나서서 담배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입증해줬다”며 “결과에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다음주 초에 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11일까지 접수 중인 외부변호인 선임절차가 끝나는 대로 소송 규모를 확정하고 14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소송 외부 대리인 자격 조건으로 ‘담배소송 경험이 있는 법인·개인’을 내건 만큼 담배소송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 남산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건보공단은 소송가액을 537억 원으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소송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537억 원은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폐암, 후두암 환자 3484명의 진료비를 계산한 금액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신중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건보공단이 산정한 흡연 피해 규모의 근거는 흡연과 인과관계가 있는 폐암의 진료비다. 대법원의 판결로 담배소송에 신중했던 정부가 소송의 연기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담배소송은 지난 2∼3월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재정부와 복지부의 반대로 인해 지연돼 왔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외부변호인단이 선임되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만큼 예정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