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려 1년여에 걸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청와대를 제1타격 대상으로 지목하고 구체적인 무인기 타격 수단과 전술을 치밀히 개발, 발전시켜 왔지만 한국군과 정보당국은 이 같은 숱한 경고를 한 귀로 흘려듣고 대책 수립에 소홀히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제1위원장의 청와대에 대한 노골적이고 강한 적개심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때와는 확연히 다른 변화로 군 당국이 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무시해 왔다는 의미다. 김정일 전 위원장이 한국과 대립각을 세울 때도 좀처럼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거나 위협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은 북한군에 직접 청와대 타격을 언급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3월 특수전 부대 현지시찰에서 손가락으로 청와대를 가리키며 점거·폭파할 남한 핵심 시설 ‘1호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북한의 거듭되는 ‘청와대 불바다’ 경고 후 1년이 지나 민간인에 의해 3대의 북한제 소형 무인정찰기가 발견되고 나서야 군과 정보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7일 긴급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하고 이날부터 전 병력을 동원해 무인기 찾기 ‘소동’을 벌이면서 구멍 뚫린 방공망과 침투 루트 경계 강화에 나서며 허둥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해 5월 21, 22일 2차례에 걸쳐 연재한 ‘북 무인타격기의 청와대 타격 가능성’ 글은 충격적이다. 최근 파주 무인기는 청와대 무인기 타격을 위한 예행연습으로 볼 수 있는 예고편 성격이었다. 우리민족끼리는 문제의 글에서 “지난해 3월 20일 군사훈련에서 김 제1위원장이 무인타격기들의 비행항로와 시간을 적 대상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남반부 상공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목표타격 능력을 검열해 보았는데 그 어떤 대상물들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증돼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가 북악산 남쪽 턱밑에 자리하고 있어서 북이 장거리포와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북한이 무인타격기를 동원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주장을 폈다.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무인기 논란이 가열되자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3월 대남 기습 타격을 주임무로 하는 특수부대를 방문, 서울 시내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 만든 ‘모형사판’을 훑어본 뒤 손가락으로 북악산 아래 청와대를 짚기까지 했다. 대남 침투 루트를 담은 작전지도를 보는 김 제1위원장 뒤로는 점거·폭파할 남한 핵심 시설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맨 위 왼쪽의 ‘1호 대상’은 청와대였다. 김 제1위원장이 지난달 초 자폭형 무인타격기를 운용하는 북한군 ‘항공 및 반(反)항공’ 부대를 찾아 훈련을 지도한 것은 무인타격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2월 항공 및 반항공 부대 지휘부를 시찰한 이후 2012년 8월과 2013년 3, 6, 11월 잇달아 이 부대 훈련을 지휘했다. 이 부대는 지난해 3월 김 제1위원장 앞에서 무인타격기의 자폭 공격 시범을 보인 이후 무인타격기가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하는 핵타격 수단”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정충신 기자 ca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