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례 없는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위기에 처한 금융사에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닌 ‘인식의 전환’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가 정보 보안을 ‘비용’이 아닌 금융사 존속을 위한 투자이자 소비자보호라고 인식해야 금융보안이 제대로 지켜진다. 감독기관의 규제나 법률로 보안 문제를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되레 금융사가 가이드라인 목표치 달성에만 급급하도록 만들 뿐이다.”

이한상(사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객정보 유출사고 등으로 보안 위기를 맞은 금융권에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 수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사고의 책임은 그동안 보안을 ‘비용’으로 생각해온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에게 있다”면서 “이들은 말로는 보안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고, 외부 IT 회사에 관련 용역을 주는 행태를 되풀이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고객정보의 보안과 수준 높은 IT 리스크 관리를 금융사 존속과 관련된 문제이자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 가치임을 진정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보안이 중요한 가치임을 이해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금융보안 투자의 핵심은 ‘사람’, 즉 금융보안 전문가의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인으로 교육되고 동시에 보안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금융보안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보수와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회사 내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보보안을 이유로 각종 규제를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제로 전체 직원의 5%를 IT 인력, IT 인력의 5%는 보안 인력, IT 예산의 7%는 정보 보호에 투자하라는 일명 ‘557’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버젓이 일어났다”면서 “규제가 강화되면 금융사들은 규제만 지키면 된다는 사고로 접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