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순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은 2박3일, 한국은 1박2일 방문 쪽으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순항하던 한·미 관계에 변화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데서 비롯된 소위 ‘자살골 효과’가 끝나고 미·일 양국이 다시 밀월 기류로 돌아감에 따라 한국의 대미 외교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오는 25∼26일 1박2일간의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과 관련, 구체적인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일정은 다음주 미국 측 선발대가 한국을 방문한 뒤에야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은 2박3일간 국빈방문을 하면서 한국에는 금·토요일에 걸쳐 1박2일 동안만 머무르게 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한·미 관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일정에 밀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몇 시간만 머무른다면 모르겠지만, 당초 예정에도 없던 (한국 방문) 일정을 끼워 넣으면서 이 정도까지 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 화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이 지난 1996년 이후 18년 만의 일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 후 한국을 4번째로 방문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한국처럼 자주 방문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로 주춤했던 미·일 밀월 기류가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수정 불가’ 발언과 지난달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성사 등을 계기로 복원된 게 결과적으로 한국에 외교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의 ‘올 인 전략’이 먹혀든 반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에 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지속적인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요구에 한국 정부는 ‘한국형 MD’ 추진이라는 답을 내놨다. 또 양국 간 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도 좀처럼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일과의 공조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한국 외교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거꾸로 대미 외교에서는 한국이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오남석·방승배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