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들이 의료 산업화에 장애가 되는 국내 법령과 제도의 ‘갈고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A 사와 글로벌 B 사의 관계자들은 1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나뉜 의료기기 관련 각종 인허가와 인증 제도가 연구·개발(R&D) 및 상품화의 고비마다 발목을 잡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A 사는 ▲방사능 발생장치의 국내 반입 절차 개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특수 의료장비의 소형병원 설치 허용 ▲의료기기 해외 제품설명회 개최 시 국내 의사 참석 불용 등을 대표적 진입 규제로 들었다.

A 사 관계자는 “원자력안전법(제53조)과 대외무역법(제12조)에 따라 방사선 진단기기를 수입할 경우, 판매가 아닌 R&D 목적이라도 판매허가를 얻어야 한다”면서 “방사선 진단기기 개발용 시료를 수입하는 데만 70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탄했다. 시료라 할지라도 ‘설계승인서 심사→장비 검사→판매허가→사용허가→수출입요건 확인→시설검사’ 등 최소 6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이 관계자는 “개발용 시료 수입인 만큼, 실사용에 필요한 사용허가와 시설검사만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법령(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MRI, CT 등 특수 의료장비는 시의 경우 200병상, 군의 경우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소규모 병원도 응급환자 등을 위한 소형의 이동형 CT 사용이 필요한 의료 현실을 외면한 규정이다.

B 사는 의료기기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용 의료기기 법을 적용해 발생하는 이중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B 사 관계자는 “동물용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인체 전용 기기와 동물 전용으로 개발된 기기로 구분된다”며 “식약처 승인 기기는 동물 전용 기기보다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요구받고, 승인 후에도 사후 관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