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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닭장… ‘파란만장한 삶’ 자동차

★부릉이의 시간여행(에릭 바튀 글·그림, 밀루 옮김 / 개암나무) = 프랑스 근현대 100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자동차를 통해 오래되고 낡은 물건에 스민 역사와 가치를 살펴보는 그림책이다. 1900년에 태어난 자동차 부릉이는 주인 바롱시를 만나 고급차로 지내며 최고의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부릉이는 징집돼 군인들을 실어나르게 된다. 그뒤 부릉이는 파리의 택시를 거쳐 공터에 버려지게 된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부릉이. 이어 한 농부의 눈에 띄어 닭장이 된다.

‘불안감 반 설렘 반’ 첫 등교의 하루

★처음 학교 가는 날(제인 고드윈 글, 안나 워커 그림, 안온 옮김 / 파랑새) = 여전히 학교가 낯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아이들보다 더 마음 졸이는 학부모가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이다. 첫 등교를 준비중인 아이들. 급식을 한다는 것도 모르고 도시락을 챙기고, 선생님 흉내도 내보고, 가방에 붙은 이름표를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학교에 도착해 부모님과 헤어질 시간, 다들 불안감 반 설렘 반으로 꿋꿋이 용기를 내서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에는 선생님 한 명과 스무 명의 같은 반 친구들이 있다. 아이들은 과연 어떤 하루를 보낼까. 아이들은 용기를 내 친구에게 말을 걸고, 점심시간에 줄을 서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가방 꾸리는 법과 화장실 가는 법도 배운다.

다양한 씨앗의 생김새·살아가는 모습

★나무의 아기들(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 바람) = 생명의 시작인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그림책. 빛의 조각처럼 하늘을 헤엄치는 느릅나무 씨앗, 배를 타고 바람에 실려가는 벽오동 씨앗, 헤어스타일이 멋진 무궁화와 부용의 씨앗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보책이라기보다는 이야기책이지만 다양한 씨앗의 생김새, 퍼지는 방법이나 살아가는 모습 등 흥미로운 생태 정보를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편안하게 들려준다.

아이들에게 낯설어진 ‘담벼락 놀이터’

★담(지경애 글·그림 / 반달) = 지경애 작가가 5년 동안 작업해 내놓은 첫 그림책. 아파트에서 살아가며, 실제로 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요즘 아이들에게 이미 낯설어진 담 이야기를 풀어낸 그림책. 담 앞에서 내 손 꼬옥 잡아주는 친구들, 숨바꼭질 놀이터,담벼락에 쓰윽쓰윽 쓴 장난 글씨처럼 생활 속에서 담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들려준다. 그림책 속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골목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공깃돌 놀이를 하고, 레미파 레미파 소리를 내 놀이를 하고, 숨바꼭질, 고무줄, 말뚝박기 놀이를 한다. 그림은 한눈에 휙 넘겨도 될 만큼 담백한데,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찍는 작업을 여러 차레 되풀이해 만든 그림은 아련하면서도 마치 담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