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데뷔와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녀 시절이 26일 서울 충정로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젊어서 가수를 꿈꿨던 평범한 주부들이 의기투합해 나왔어요. 주부들의 재취업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줌마들의 도전, 그 자체를 좋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25일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공개하면서 각종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린 화제의 아줌마 그룹 ‘소녀시절’(SC엔터테인먼트). 리더 김유정(35), 리드보컬 박수아(28), 미시즈월드코리아 특별상 출신의 현예은(30) 그리고 부산의 예쁜 아줌마로 통한다는 왕희(35). 3∼8년 차 주부이자 5∼6세짜리 아이를 둔 엄마인 이들은 세미트로트인 노래는 둘째치고 아줌마라 하기엔 넘치는 외모와 평균 키 170㎝의 늘씬한 몸매로 화제가 됐다. 초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벌써 케이블 프로그램의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26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이들은 “예상치 못한 뜨거운 관심에 얼떨떨하다”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고 말했다.

‘소녀시절’은 지난해 초 가수의 꿈을 접지 못한 김유정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박수아에게 아줌마 그룹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한때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함께한 두 사람은 “무슨 아줌마 그룹이야”라는 남편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이어 미시즈코리아 1등 출신인 박수아가 미시즈월드코리아 출신인 현예은을 끌어들이고, 왕희가 합류하면서 그룹이 만들어졌다.

“가족들이 처음엔 괴상한 일을 벌인다는 눈으로 쳐다봤는데 그룹을 만들고 연습을 시작하니까 적극적으로 응원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주부니까 아침 8시에 아이들 유치원에 보내고, 10시에 만나 오후 4시까지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4시엔 칼퇴근해 아이들을 데리러 갔어요.” 이들은 그때 연습실을 오가는 자신들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대부분 “저 아줌마들 뭐지?”였다며 웃었다. 때론 주변에서 “집에서 밥이나 하지”라는 뉘앙스를 보이면 “밥은 물론 반찬도 다 해놓고 나왔거든요”라고 말했다는 왕희는 집이 부산인 탓에 매일 KTX로 출퇴근을 했고, 차비만 한 달에 100만 원을 넘었다고 했다. 그 뒤 이들은 몸매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안무를 짜고, 노래 연습을 하면서 기획사 문을 두드렸다. 숱한 거절 끝에 지난해 가을 SC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소녀시절을 생각하면 꿈, 희망, 꽃향기 같은 것이 느껴지잖아요. 더 늙기 전에 그런 느낌을 향해 다시 한 번 뛰어보자는 생각에서 ‘소녀시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들은 전했다. 리더 김유정은 “화려한 헛꿈을 꾸는 게 아니냐, 혹은 그 험한 연예계에 왜 들어가느냐고 말하지만 저희들이 하고 싶은 일이 하필 가수이니 어쩌겠어요”라며 “하고 싶은 마음이 뜨거운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요계가 10대 20대 중심이니까 30, 40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소녀시절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우리가 뭘 잘못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예상치 못했다”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도 우리처럼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